의료 공헌에 미술품도 기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소장 문화재·미술품 기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유족들이 28일 발표한 사상 최대 규모의 상속세 납부와 사재 출연 등 역대급 사회 환원 계획에 재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12조 원이 넘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상속세액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 전 회장이 지난 2008년 언급한 사회 환원 약속을 지키면서 재벌가의 상속과 관련한 롤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은 이날 12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와 1조 원대 사재 출연, 2~3조 원 규모의 미술품 기부 등 사회 환원 내용을 공개하며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 중인 데다 최근 입원과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족 간 다툼 없이 상속을 마무리하며 지분 승계에 대한 이견도 없는 것으로 전해져 재벌가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날 유족들이 공개한(삼성전자 보도자료) 사회 환원 내용 중에도 1조 원 규모의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지원 계획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고인이 생전 강조하던 ‘인간 존중’의 철학과 저소득층 어린이들에 대한 지원 의지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유족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감염병 극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7000억 원을,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 사업에 3000억 원을 각각 내놓기로 했다.

또, 이 회장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평생 모은 ‘이건희 컬렉션’ 중 감정가만 2조 원 이상으로 알려진 2만3000여 점의 미술품까지 기부하기로 하면서 고인이 남긴 유산 평가액(26조 원 추정) 중 60% 가량이 국가와 사회에 환원될 예정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됐고, 13년 만에 이재용 부회장과 유족들은 이날 대규모 사회 환원을 발표하면서 고인의 약속을 지켰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 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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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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