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남긴 교수 우대 유언, 불발될까 포스텍 교수들 반발

포항 초곡지구 조감도.
포항시 북구 초곡지구 내 교수촌 아파트 건립 문제로 사업시행자와 포스텍(포항공대) 교수들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이 포스텍에 우수한 교수를 유치하기 위해 마련한 ‘토지양도 배려책’이 무산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3일 포스텍 등에 따르면 A 전 포항공대 건설본부장은 고 박태준 회장의 유지를 받아 2001년 12월 포항공대 교수들 100여 명에게 초곡지구 내 토지를 평당 7만5000원씩 1명당 660㎡(200평) 규모를 저가로 양도했다.

이는 박 회장의 우수교수 배려책 때문이었다.

과거 포항공대 설립 당시 해외의 세계적 한국 석학들을 초빙해 지역의 우수인재 산실로 만들겠다는 취지로 박 회장을 비롯한 초기 중진들은 발 벗고 나섰다.

과학기술처(현재 과학기술부)에서 ‘해외 한국 석학 귀국 운동’을 벌였지만 이에 응한 인재는 0명에 그칠 정도로 악조건이었다.

박 회장 등 임원들이 각자 인맥과 당시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었던 연세대 교수 연봉에 20%의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파격적 조건을 걸면서 포항공대의 문을 해외 석학들이 두드리기 시작했다. 석학들이 부산세관으로 귀국할 때 입관 절차 등도 생략하는 ‘프리패스’ 특전도 정부와 협상해 부여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박 회장의 인재우대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먼 곳을 온 교수들에게 안정된 주거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지 하에 초곡지구 내 토지도 저가로 포항공대 소속 교수들에게 양도했다.

문제는 2011년 6월 8일 초곡지구가 도시개발지구 실시계획인가가 나면서다.

도급순위 18위의 B사가 아파트 건설 등을 시행하려 하자 A 전 본부장은 땅을 양도하는 조건으로 포항공대 각 교수들에게 138.6㎥(42평)짜리 아파트 한 칸씩을 무상공급해 줄 것을 요청했다.

B사는 이에 흔쾌히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초곡지구 내 사업시행자로 C사가 들어오면서 상황은 혼잡해졌다. C사가 도급순위 801위인 D사에게 건설을 맡기려고 하면서다.

기존에 약속됐던 교수들에게 아파트 무상공급 조건도 배제됐다.

이에 더해 C사가 땅을 현물투자로 받으면서 주주인 포항공대 교수들을 속인채 소수 주주들만 총회를 가지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다수 교수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교수들의 현물인 땅을 담보로 고액의 돈까지 빌렸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A 전 본부장은 “박태준 회장께서 돌아가시기 3일 전 연세대 의료원에서 계실 때 ‘교수들에게 땅을 나누는 우대책이 잘 진행되고 있느냐’라고 말씀을 남기셨다”며 “용기를 내 포항지역에 석학들이 왔기에 잘 대우해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기셨다. 하지만 C사는 이 취지를 어기고 개인 이익을 챙기려고 하고 있다”라고 반발했다. 또한 A 전 본부장은 “C사가 지난해 3월 주주총회를 열었지만 주주10명만 참여했을 뿐”이라며 “포항지원에서도 올해 4월 이 총회에 대해 ‘부존재’ 판결을 내렸다”라고 덧붙였다.

C사 관계자는 “사업시행자인 우리 C사는 주식회사로써 올해로 8년째를 맞고 있다”며 “포항공대 교수들에게 인감 등을 통해 업무 전권을 위임받았다. 개인들에게 아파트 무상공급하는 것은 주택청약법에 따라 불법이다. 이달과 다음달 안으로 법적으로 모든 문제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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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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