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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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長官)’이란 호칭이 문제다. 우두머리 ‘장(長)’에다 ‘민(民)’과 대치되는 ‘관(官)’ 자를 붙여 놓아 민에 군림하는 느낌을 물씬 풍긴다. ‘관리(官吏)’란 말을 ‘공무원(公務員)’으로 바꾼 이유도 관료주의적인 군림 이미지가 민주사회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장관’이란 관직이 버젓이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장관 관련 호칭을 살펴보면 오히려 왕권·군주시대의 옛날일수록 더 민주적이고, 근대화될수록 비민주적으로 역행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 때는 장관을 대형(大兄), 차관을 소형(小兄)이라 불렀다. 외무장관은 ‘외무대형’, 재무장관은 ‘재무대형’, 여자 보건장관은 보사대매(保社大妹) 하는 식이다. 참으로 가족적인 호칭이다. 백제도 관장하는 분야에 따라 대솔(大率), 은솔(恩率), 덕솔(德率)이라 했다. 국방대솔, 보사대솔, 문교대솔 하면 도덕적 목민(牧民) 이미지가 묻어나서 좋다.

외국의 경우도 장관 명칭은 겸손하다. 성직자를 뜻하는 영국의 ‘장관(Minister)’ 호칭도 봉사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비서를 뜻하는 미국의 ‘장관(Secretary)’ 호칭에도 봉사 이미지가 있는 것으로 봐서 우리 옛 호칭이 오늘날 호칭보다 한결 합리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최근 국회 청문회에서 온갖 추한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 사람들을 ‘장관’, ‘장관님’ 한다는 것도 영 달갑지 않은 일이다.

청문회에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두 딸과 남편 동반 해외 출장·다운 계약서 작성, 박준영 해수부장관 후보자는 고가 도자기 다량 밀반입,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세종시 관사 재테크 논란으로 야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이들이 모두 장관에 임명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지금까지 32번째 야당 동의 없는 임명이 된다. 이들에게 ‘장관’ 호칭이 가당키나 한가 싶다. ‘장관’ 호칭부터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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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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