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지금 대한민국에는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에게 새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주고 통합을 시켜 나갈 지도자가 어느 때보다 화급한 시점이다. 대한민국 수립 후 7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지금처럼 국민을 이끌어 나갈 지도자가 보이지 않은 때도 없었다. 그래서 내년 대선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중차대한 선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수년째 ‘친문’과 ‘친박’의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2012년과 2016년 두 번의 ‘박근혜 공천’은 개혁적 목소리를 위축시키고 이견(異見)을 허용하지 않은 당으로 만들었다. 당원 모두를 ‘벨 보이’로 만들었다. 그 결과 네 번의 선거에서 모두 참패를 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러고서도 지금까지 친박은 없어지지 않고 이슈가 있을 때마다 불쑥불쑥 두더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친문은 어떤가. 2012년, 2016년, 2020년 무려 세 번의 ‘문재인 공천’으로 만들어진 ‘친문’의 10년 철옹성은 문파들이 물 샐 틈 없이 지키고 있다. 이 철옹성이 유일하게 지난 4·7 재·보선에서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줬다. 권불 10년이라 했던가. 친문도 비문계인 송영길 의원이 최근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친문 퇴조의 퇴로를 일단 틔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강성 친문계가 장악하고 있는 최고위원들과 국회의원들이 송 대표의 ‘선 민심회복’ 정책에 얼마큼 협조할 것인지에 따라 당 정체성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4년까지 임기가 보장된 의원들이 과연 송 대표의 정책 행보에 얼마나 힘을 보태 줄지는 미지수다.

친박 퇴조는 2020년 선거에서부터 본격 시작됐다. 그러나 4·7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후 정계를 떠났던 친박들이 다시 세를 모으고 있다. 그 대표적 인사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해 빅텐트를 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 당대표 등이 빠른시간안에 빅텐트에 들어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신이 선수가 되든 킹메이커가 되든 목표는 문재인 정권 종식에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반응은 별무(別無)다.

지금까지 친박·친문 모두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한 가지만 같아도 동지”로 보는 정치의 본령에서 벗어나 “한 가지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 원리주의 행태를 고집해 왔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오만한 원리주의가 모두를 망친다”고 했다. 이들이 이 잠언을 헤아리기나 했겠나. 이번 4·7 재보선을 통해 민심의 변화가 뚜렷이 나타났다. 특히 진보정치에 치우쳐졌던 ‘2030 MZ세대’가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민주당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여기다 중도층의 진보대열 이탈도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은 스윙 보터가 크게 늘어나면서 내년 대선 판도를 좌우할 기세다. 대선 주자 중 선두를 계속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는 최근 들어 스윙 보터의 지지세가 늘어나면서 제3지대 성공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정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제3지대론’을 지피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대선에서 제3지대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3지대 후보가 없었던 적도 한 번도 없다. 대선 후보가 양자 대결을 했던 2002년과 2012년 경우 후보 등록 하루 전까지 정몽준·안철수라는 제3후보의 강력한 ‘별’이 있었으나 중도 하차를 하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지금의 여론은 정권 교체를 지지하고 있지만 정치 지형은 국민의힘, 제3지대 윤석열로 나눠지고 있다. 여기다 20년, 50년 장기집권을 호언하고 있는 대깨문 세력이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야권의 정치 지형은 갈수록 복잡해지게 됐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