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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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1930-2002)는 ‘문화자본’ 연구로 유명하다. 부르디외는 1979년 발간한 ‘구별짓기’에서 프랑스 사회의 상류층이 중·하류층을 어떤 방식으로 차별하고 배척하고 있는 지를 보여 준다. 부르디외는 배척의 전략으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학습한 미술이나 음악 등 예술과 취향이 구별짓기로 작용한다고 봤다. 

문화자본은 문화예술가와 문화산업가에게만 귀속되는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의 문제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사회체제와도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문화자본은 산업 경제시대에서 문화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는 21세기에는 탈근대성을 이끄는 핵심적 요소다. 

문화자본은 단순한 문화 향수(享受)를 넘어 사회·정치권력의 수단이 된다. 이런 측변에서 보면 서울의 문화자본 독점 현상은 부르디외의 주장처럼 ‘서울특별시’와 ‘지방도시’를 구별 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이 단순히 부동산 차익을 노린 투기세력 때문 만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5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는 것도 문화자본의 서울·수도권 집중이 큰 원인이다.

이런 점에서 지방의 대도시들이 한국판 ‘빌바오’를 꿈꾸며 ‘이건희미술관’ 유치 경쟁을 벌이는 것은 시사하는 점이 크다. 정치와 경제, 문화가 집중된 서울에 ‘이건희미술관’을 짓는 것은 문화자본의 중앙 독점이자 문화독재다.

삼성가가 기증한 2만여 점의 ‘이건희컬렉션’을 소장하는 ‘이건희미술관’은 관련 스토리가 있고, 당위성이 가장 높은 도시에 지어져야 한다. 이건희미술관은 국가 균형발전과 서울의 문화자본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해서 이건희 회장이 태어난 곳이자 글로벌 기업 삼성의 창업지인 대구에 건립하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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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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