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서병진 경주지역위원회 위원

사람이 동물과 구분되는 것 중의 하나가 말(언어)이다. 동물도 소리로 소통을 하고 있겠지만 사람의 말과는 다르다. 동물이 아닌 사람이 하는 말인데도 ‘말도 안 되는 소리’, ‘말 같지 않은 말’이 있다. 사람답지 못한 사람이 더러 있는가 보다. 말만 앞세우거나 쓸 말이 적어 탈인 경우도 더러 있다.

말을 조리 있게 잘하면 모두들 우러러본다. 옳지 못한 일에 항거하지 못하고 입 다물고 있을 때 앞장서 할 말을 하면 지도자감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막힘없이 물 흐르듯 말하는 좋은 구변을 구약현하(口若懸河), 폭포수처럼 시원하다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지도자의 자질을 기르기 위해 웅변학원에 다니면서 말 잘하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조리 있게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과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화술을 익히려고 한다.

하지만 대체로 말 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고 아첨의 말이나 비방의 말이 되기 쉽다. 공자는 논어 곳곳에서 신중한 말하기를 군자의 덕목으로 강조하고 있다. 교언영색을 완성된 인격체인 군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보았다. 꾸며서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보다 어눌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자로(子路)편에 강직하고 의연하며 순박하고 어눌한 사람이 인에 가깝다고 했다. 군자는 말을 굼뜨게 하더라도 실천은 민첩하게 해야 하고, 말이 실천보다 앞서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했다.

사람은 말을 하고 들으며 말 속에 산다. 자신은 참말만 한다고 믿고 있는데 자신도 모르게 사실과 다른 말을 하게 되는 수도 있다. 하얀 거짓말과 같이 악의가 전혀 없이 하는 말은 속으면서도 별로 기분 나쁘지 않을 때도 있지만 큰 소리로 여러 사람에게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남보다 앞장서려는 욕심이 넘치는 사람이나 공치사하려는 사람이다.

인(仁)은 ‘어질다’로 풀이하지만 단순히 착하고 너그러운 데 그치지 않고 수양의 목표로 좋은 세상 만들기의 필수 덕목이다. 공자는 제자 사마우에게 ‘인(仁)은 말을 참는다’라고 했다. “말만 조심하면 인자가 되는 것입니까?”하고 묻자 공자는 “실행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이 말이니 어진 사람이 어찌 말을 조심하지 않겠느냐”라고 대답했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더듬는 것처럼 신중하게 하라는 것이다. 마음에 있는 말을 그대로 쏟아내게 되면 마음속의 감정도 함께 쏟아져 나온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말, 상처를 주는 말을 하게 된다. 결국 인(仁)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말에는 그 사람의 인격과 인생관이 담긴다. 경박한 사람은 말이 가볍고, 인격이 여문 사람은 말이 무겁고 행동은 민첩하다. 자신을 과시하고 실적을 올리고자 확실치 않은 사실을 함부로 떠벌려서는 아니 된다.

말을 참고 신중하게 한다는 의미에 대척되는 것이 ‘막말’이다. 막말은 되는 대로 말하거나 속되게 하는 말이다. 막말을 하는 사람은 속된 사람이다. 잘못된 일에 건전한 비판의 말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그 말에 최소한의 품격이 있어야 한다. 특히 사회 지도층에 있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말로써 다른 사람을 더럽히려 하면 먼저 자기 스스로가 더러워진다. 피를 머금어 남에게 뿜으면 먼저 내 입이 더러워짐을 알아야 한다.

속담에 “입으로 떡을 하면 조선 사람이 다 먹고 남는다.”라는 말이 있다. 입으로야 무슨 말을 못하랴. 말보다 실천이 앞서야 한다. 코로나 백신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고 말부터 앞세운 면이나 공치사에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 급선무였을 것으로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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