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환 동부본부장
황기환 동부본부장

천년고도 경주는 해양도시다.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해안선이 40km가 넘기 때문이다. 눈부시게 맑은 바다와 해변의 솔숲은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문화유적 도시로만 생각한 관광객들이 또 다른 멋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최근 명칭을 변경한 문무대왕면도 청정바다 동해와 접해 있다.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산 좋고 물 맑은 고장이다. 무엇보다 이 지역은 신라 문무왕과 관련된 유적이 유독 많다. 문무왕이 왜병을 진압하기 위해 창건한 감은사지가 있고, 그의 아들 신문왕이 해안에 지은 이견대도 있다. 한 개도 간직하기 어려운 국보급 문화재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무대왕면을 얘기할 땐 문무대왕 수중릉을 빼놓을 수 없다. 문무대왕릉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유언에 따라 봉길리 앞바다에 만든 수중릉이다. 이곳에는 용이 돼 국가를 평안하게 지키겠다는 염원이 간직돼 있다. 전국 최고의 기도처로 이름을 떨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문무왕의 업적과 유언은 문무왕의 비석에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 비석은 세상에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때 세상에 모습을 보였다가 사라진 문무왕비는 추사 김정희에 의해 재발견 됐다. 추사가 1817년 경주 답사 때 낭산 기슭을 샅샅이 뒤져 문무왕비 상단부와 하단부를 모두 찾은 것이다. 하지만 추사 김정희가 심혈을 기울여 찾아낸 문무왕비는 140여 년이란 세월 동안 또다시 자취를 감췄다. 사라진 문무왕비는 1961년과 2009년에 경주시 동부동 민가에서 우연히 발견돼 박물관에 보관됐다.

이러한 문무왕의 호국애민 정신이 담긴 유조비가 최근 건립됐다. 높이도 삼국통일의 대업이 달성된 서기 676년을 기리기 위해 6.76m로 만들어졌다. 제작된 문무대왕 유조비는 수중릉이 내려다보이는 옛 대본초등학교에 자리 잡았다. 문무대왕면을 동해안 최대 관광지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황기환 동부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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