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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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써 무엇을 사랑할 수 있고
시로써 무엇을 슬퍼할 수 있으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시로써
무엇을 버릴 수 있으며
혹은 세울 수 있고
허물어뜨릴 수 있으랴
죽음으로 죽음을 사랑할 수 없고
삶으로 삶을 사랑 할 수 없고
슬픔으로 슬픔을 슬퍼 못 하고
시로 시를 사랑 못 한다면
시로써 무엇을 사랑할 수 있으랴

보아라 깊은 밤에 내린 눈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아무 발자국도 없다
아 저 혼자 고요하고 맑고
저 혼자 아름답다.


<감상> 노자는 말했다. “찰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들 때 그 빈 곳이 있기 때문에 그릇을 쓸 수 있으며, 문과 창문을 뚫고 방을 만들되 그 가운데가 비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방을 쓸 수 있다. 그러므로 유(有)가 이용되는 까닭은 무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상, 부질없는 시가 천둥처럼 가슴에 내리꽂히기도 하고, 달빛처럼 마음을 어루만지기도 한다. 영영 부질없는 시 따위가.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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