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 등 심각…"보수와 유지·관리 주체 정해야"

포항시향토문화유산(유형2016-4)인 송라면 대전리 백계당 담장이 지진 피해와 노후화로 무너져 있다. 

경북 포항의 명산인 내연산 산신 신앙을 간직한 향토문화유산인 송라면 대전리 ‘백계당(白啓堂)’ 신당(사당)이 지진 피해와 노후화가 심각해 보수가 요구되고 있다.

포항시 북구 송라면 대전리 산 161번지 소재 백계당은 내연산 산신인 ‘할무당 할매’를 모시는 신당으로 포항시향토문화유산(유형2016-4)이다

박창원 동해안민속연구소장이 정리한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옛날 보경사에 박 씨 성을 가진 의지할 데 없는 할머니 보살이 한 분이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 죽을 때가 가까워져 오자 부처님한테 “날 공들이는 데 데리고 가 없애 달라”고 기도를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밤에 호랑이가 와서 할머니를 등에 업고는 산속으로 사라졌고, 할머니 옷은 문수봉과 삼지봉 사이 능선에서 발견됐다. 사람들은 부처님이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주어 호랑이의 먹이가 된 것으로 여기고 옷이 발견된 곳에 사당을 지어 모신 것이 내연산 산신 할무당 할매의 유래다. 신당 안에는 제작 연대를 알 수 없는 석상이 보관돼 있다.

박 소장은 “지리산의 성모 설화처럼 포항에서 명산으로 꼽히는 내연산을 지키는 여신을 형상화한 ‘신모신앙’을 나타내며 민속학적으로 의미가 있다”며 “호랑이는 산신(남성)을 상징하기도 하는 만큼 호랑이에 잡혀간 것을 부부 산신이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계당 표지판.

인근 송라면 주민들이 매년 음력 3월 15일 할머니 제사를 백계당에서 지내고 있다. 포항지역 비지정 문화재 보전 및 알리는 활동을 하는 단체인 ‘포항문화역사길라잡이’도 10여 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다.

사당은 현 위치로부터 약 2㎞가량 위에 있던 것을 1928년 현 위치로 이건했다고 전해지며, 그 이전 3차례 중수했다고 전해진다. 지금 신당은 1960년 중간한 목조건물로 맞배지붕에 함석을 얹었다.

하지만, 송라면 주민들은 2017년 포항 촉발 지진 이후 사당 돌담장 일부가 무너졌고, 건물 대들보 지붕도 일부 처지는 등 노후화가 심각해 보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시 향토문화유산인 만큼 포항시가 보수 비용을 지원해 주길 요청하고 있다.
 

백계당 지붕.

최명수 문화역사길라잡이 회장은 “포항의 주산인 내연산 산신을 모시는 제사를 100년가량 지낸 사당인 만큼 민속신앙으로서 중요한 우리의 유산이다”며 “이를 전승할 수 있고 시립공원 전환을 추진하는 내연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장소인 만큼 보수·보존에 지원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시향토문화유산(유형2016-4)인 송라면 대전리 백계당.

이에 대해 포항시 김진규 학예사는 “백계당은 포항시의 소중한 유형문화유산이다”며 “낡고 노후된 건물을 보수하기 위해서는 백계당이 건물로 등재돼야 하고 보수와 유지·관리 주체가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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