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 생산량 감축과 아파트 건설붐 겹쳐
가격 오르자 값 더 쳐주는 민간업체 우선 공급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죽전역 출입구 공사 현장 인근에 시민이 좁은 보행자 통행로로 이동하고 있다. 통행로가 좁은 탓에 일부 시민은 차도로 걷는 모습도 보였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올해 대구지역 아파트 공급물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아파트 건설붐’이 불면서 대구시가 철근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철강 수출 규제까지 더해 철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공급업체가 지자체보다 철근값을 많이 쳐주는 민간업체에 우선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도시철도 2호선 죽전역 서편 출입구 공사 기간이 이달에서 오는 9월로 4개월 연기됐다.

죽전역 서편 출입구 공사 지연 이유는 철근을 구하지 못해서다.

철근과 시멘트 등은 정부가 직접 공급하는 주요 자재다. 해당 자재가 필요한 지자체는 조달청에 등록된 자재업체를 통해 자재를 납품받는다.

시는 죽전역 서편 출입구 공사를 위해 필요한 철근을 지난 1월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신청했다. 통상 1∼2주 안에 철근 공급이 이뤄지지만, 2개월이 지난 3월에서야 철근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연장 사업도 마찬가지다. 하양연장 사업도 1공구(공사구간)에 필요한 철근을 지난 3월에 신청했지만 1달이 지나도록 철근을 공급받지 못했다.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죽전역 출입구 공사 현장 인근에 시민이 좁은 보행자 통행로로 이동하고 있다. 통행로가 좁은 탓에 일부 시민은 차도로 걷는 모습도 보였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대구시 관계자는 “다행히 2공구 철근납품업체에서 철근을 공급받았다. 공급업체에 철근 공급을 독촉했지만, 물량을 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철근값을 더 쳐주는 민간기업에 철근을 납품하기 위해 관급자재가 뒷순위로 밀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철근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환경정책을 강화하면서 생산량을 감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아파트 분양 증가로 철근 품귀현상이 벌어지면서 철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연초 t당 70만 원(SD400, 10㎜)이던 철근 가격은 이달 7일 93만 원까지 올랐다.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에 따르면 올해 대구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공급 물량은 사상 최대치인 3만2000여 가구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철근 공급업체는 단가가 낮은 관급자재 납품보다 민간기업에 철근을 우선 납품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연간계약이나 프로젝트 계약을 딴 업체를 제외하고 철근을 구하기 쉬운 상황이 아니다”며 “일부 업체에서는 공기를 지키기 위해 철근값을 더 주고 계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죽전역 서편 출입구 공사 기간이 다시 한번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김성환(53)씨는 “아이들의 통행도 잦은 곳인데 차량과 완전히 분리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철근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관급자재 납품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수시 점검하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관급자재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납품기한인 45일을 넘어서면 지연배상금을 부과하는 등 페널티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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