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1호와 공존하는 대구 도동측백문화마을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1호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과 공존하는 ‘도동마을’이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국토교통부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추진된 ‘천연기념물 원(ONE) 도동측백문화마을 조성사업’이 최근 마무리돼서다. 주민은 도동마을이 천연기념물 측백나무 숲뿐만 아니라 대구시 문화재자료·기념물 등 역사와 문화를 고이 간직한 공간이라며, ‘힐링 명소’이자 전국적으로 유명한 교육·관광 장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1호인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식물·지리학적 가치 높은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

대구 동구 도동 산 180번지. 측백나무 700여 그루가 절벽에 뿌리를 박고 버티는 곳이다. 높이 100m, 너비 600m 공간에 있는 측백나무들이 대한민국 천연기념물이다. 1962년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됐는데, 이곳을 수십 년 동안 지켜온 김지훈(52) 도동측백나무숲 보존회 사무국장은 ‘조선의 천연기념물 1호’도 바로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도동측백문화마을로 향하는 길목에 진입게이트가 설치돼 있다.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은 과거 ‘달성의 측백수림’으로 불렸다. 일제강점기 시절 불리던 ‘달성노 측백수림’의 노(の·∼의)가 국어로 변환되면서다. 1981년 달성군 공산면이 대구직할시에 편입돼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수림이라는 일본식 표현 대신 숲으로 명칭을 정하기로 하면서 명칭이 현재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으로 변경됐다.

김 사무국장은 “대구 측백나무 숲은 조선의 천연기념물 1호라고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 간보에 명시돼 있었다”며 “일본 사람이 우리나라에 넘어온 후 식물조사부터 벌였는데, 천연기념물을 마음대로 지정한 게 아니라 철저하게 조사하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 도동측백문화마을에 있는 보호수. 회화나무와 느티나무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랐다. 보호수 둘레를 세 바퀴 돌면 가정이 화목해지고, 소원 한 가지가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도동 측백나무 숲은 조선시대 학자 사가정(四佳亭) 서거정(徐居正·1420∼1488년) 선생이 대구에서 가장 경치가 빼어난 열 곳 중 한 곳으로도 꼽은 곳이다. 서거정 선생은 대구십영(大丘十詠) 중 제6영 북벽향림(北壁香林)으로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의 기백과 맑은 향기를 노래했다. 김 사무국장은 “서거정 선생이 노래한 것처럼 도동 측백나무 숲은 자연 그대로이기 때문에 불타버리면 그대로 사라진다”며 “복원할 수도 없는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도동측백문화마을 안내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도동마을 측백문화마을로 재탄생.

대구 도동마을이 도동측백문화마을로 재탄생하기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다.

2015년 10월 ‘2016 국토부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 공모에 선정된 이후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16년부터 도동측백문화마을 조성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는데, 주민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녹지공간이 먼저 들어섰고 마을 담장과 불로천이 차례로 정비됐다. 지난해 1월부터는 도동마을의 각종 문화유산을 알리는 홍보관이 포함된 커뮤니티센터가 지어지기 시작해 1년 만에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홍보관에서는 도동측백문화마을이 가진 자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뿐만 아니라 대구시 기념물 제5호인 ‘용암산성’과 대구시 문화재자료인 ‘문창공영당’, ‘신숭겸영각유허비’, ‘효자강순항정려각’, ‘첨백당’이 있다. 또 대구 대표 유학자 전귀당 서시립 선생을 모시는 ‘백원서원’과 ‘이기세골 폭포와 와룡암’, 대구 전통사찰인 ‘관음사’도 도동마을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대구 도동측백문화마을에 들어선 커뮤니티센터 내 홍보관. 도동마을이 가진 문화유산을 살펴볼 수 있다.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일부 자산은 걷기 운동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도동측백나무숲에서 출발해 회귀하는 코스는 총 7가지인데, 난이도는 다양하다.

제1코스(3.5㎞·1시간 20분)는 관음사와 백원서원, 시비동산, 양림교, 문창공영당을 거쳐 도동 측백나무 숲으로 돌아오는 비교적 쉬운 길이다. 불로천교와 불로고분 자연마당이 추가된 제2코스(5.8㎞·1시간 50분)까지도 난이도가 낮은 길에 속한다. 제3코스(7.3㎞·4시간 20분)부터 제4코스(8.1㎞·6시간 20분), 제5코스(10.1㎞·5시간)의 난이도는 ‘보통’이고, 제6코스(8.1㎞·5시간)와 제7코스(21㎞·8시간)는 ‘힘듦’ 난이도로 분류된다.

측백향 커뮤니티센터 관계자는 “트레킹코스 중 ‘보통’은 아마추어 등산가들이, ‘힘듦’은 전문가들이 즐길 수 있는 코스다”며 “일반 가족 관광객들은 평상복을 입고 ‘쉬움’ 코스를 돌면 충분히 도동마을을 구경하고 즐길 수 있다”고 안내했다.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을 지키고 아끼는 김지훈 사무국장이 천연기념물 1호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직접 마을의 미래를 준비하는 주민.

도동마을 주민이 바라는 것은 마을에 활기가 도는 것이다. 동구청과 국토부 사업 추진에 매진한 노력도 이 같은 바람에서 나온 힘이다. 도동측백문화마을 협동조합 서관교 이사장은 “마을에 카페와 로컬 푸드관, 홍보관이 있는 것도 주민이 건의했던 사항”이라며 “사업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우리 고향에 활력이 생기도록 하기 위해 봉사하는 마음도 컸다”고 웃음을 지었다.

서 이사장은 경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4 용지 한 장을 내밀었다. 글씨가 빽빽하게 쓰여 있었는데, 문화관광해설사가 되기 위해 ‘열공’한 흔적이 역력했다.

현재 도동마을 주민 9명이 문화관광해설사를 병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도동마을에는 전문 문화관광해설사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주한다. 주민은 이 시간을 제외한 시각에 방문객이 찾아오면 해설을 맡겠다는 취지로 공부 중이다.

문화관광해설사 수험생 중 하나인 서 이사장은 “대구시교육청과 도동마을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협약을 맺었다”며 “일주일에 1∼2회 방문이 예정돼 있는데, 백원서원에서 예절 교육도 하고 체험행사도 벌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주민이 아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동측백문화마을 조성사업을 완료한 동구청은 조성된 커뮤니티센터의 운영권을 주민에게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을 활성화와 지역 주민을 위해 추진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서 이사장은 “마을을 떠난 주민이 최근 마을에 들렀다가 환경이 너무 좋아졌다고 말하는데, 기분이 좋았다”며 “다만, 마을을 찾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과속방지턱 설치 등 지자체의 추가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마을협동조합에서 마을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게 되면 앉아 있을 시간이 없을 것 같다”며 “마을 홍보와 관광객 유치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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