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상진 에스포항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진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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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전 세계인이 고통을 받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사하려면 RT-PCR 검사법이 정확하다고 하는데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것 같아 어떻게 검사하는 것인지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감염병은 병원균을 타인에게 전파돼 전염을 일으키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빠르고 정확한 검사가 우선돼야 한다.

인체에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종류는 아주 다양한데 그중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PCR 검사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바이러스의 항원이나 항체를 검출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됐다.

이 검사법은 바이러스의 항원-항체 반응의 결과물에 발색 물질로 면역 효소나 방사성 물질, 형광물질 등을 붙여서 이를 확인 방법으로 바이러스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유전자 증폭을 통한 검사법으로 PCR 기법이 개발되었는데 이는 증폭된 다량의 핵산을 바로 검사하는 것으로써 검사의 민감도와 정확도를 월등히 높였다.

PCR 기법의 유래를 살펴보면 1984년 캐리 멀리스가 최초로 특정 유전자의 DNA를 증폭하는 방법을 고안해 중합 효소 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이라고 불렀다.

1985년에 클레나우 중합효소(Klenow polymerase)로 사용하는 PCR이 공식적으로 처음 발표됐는데, 이때의 중합 효소는 고온의 검사과정에서 성질이 변해 제 기능을 못 해 한 번의 단계를 마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중합 효소를 넣어야만 하는 큰 단점이 있었다.

이후 1988년 일본의 미생물학자인 사이키가 화산분화구 근처 뜨거운 온천물에서도 생존하는 ‘Thermophilus aquaticus’라는 미생물을 발견, 그 미생물의 중합효소(Taq polimerase)를 사용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PCR 기법은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바이러스는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핵산 종류에 따라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나뉜다.

PCR 기법은 이들이 가진 DNA 유전자의 일부를 증폭하여 다량의 DNA를 얻어서 확인하는 검사법이며, RT-PCR 기법은 RNA를 cDNA로 역전사(RT, reverse transcription)시키는 과정이 추가된 PCR 검사법이다. 역전사효소를 이용해 42℃ 전후에서 1시간 정도 진행하면 RNA에 상보적인 cDNA를 합성할 수 있다.

PCR 기법은 기본 3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단계인 DNA 변성(denaturation)은 이중가닥으로 된 DNA가 94℃ 전후의 고온에서 수소결합이 끊어지면서 2개의 단일 가닥으로 분리되는 과정이다.

두 번째 단계는 결합(annealing) 과정으로 미리 넣어 준 다량의 프라이머가 온도가 50℃ 전후로 내려가면 단일 가닥의 본체 유전자와 결합을 한다.

프라이머는 증폭하고자 하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100~2만 개의 염기) 앞부분과 끝 부분의 일부의 염기서열에 상응하는 작은 크기(보통 20~30개의 염기)의 합성된 1쌍의 단일 가닥의 RNA이며, 대상 유전자에만 결합해야 하므로 선택 시 신중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는 확장(extention) 과정으로 온도를 다시 72℃ 전후로 올리면 이때 Taq 중합효소의 작용으로 본체 유전자와 결합한 프라이머를 시발점으로 함께 넣어준 염기를 사용해 본체 유전자의 빈 단일 가닥 부분을 합성, 새로운 이중가닥의 DNA가 생성된다.

이러한 3단계를 30회 정도 반복하면 이론적으로 1개의 DNA에서 21억 개가 넘는 DNA를 얻을 수 있다.

환자를 상대로 PCR 검사를 하려면 먼저 채취한 검체에서 핵산을 추출하고, 추출한 핵산을 증폭해서 마지막으로 증폭된 핵산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초기엔 이런 단계가 각각 따로 이뤄져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하나의 DNA만 대상이 돼 임상에 적용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분자생물학 발달로 인해 핵산의 추출부터 확인까지 하나의 검사튜브에서 모든 검사가 이루어지는 기술이 개발돼 더욱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리얼타임 PCR이란 증폭된 핵산의 정도를 형광물질 매개로 해 사이클마다 실시간으로 확인해 결과를 알 수 있는 기법이다.

기존의 전기영동검사로 증폭된 DNA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보다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정량검사도 가능해 바이러스 감염병 진단에 있어 꼭 필요한 검사법이 됐다.

현재 PCR은 과학 수사나 친자 감별에 사용되는 DNA 지문 분석(fingerprinting), 유전병 연구,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병 등 여러 분자생물학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러한 PCR 검사에 필요한 장비와 시약, 검사인력 등이 세계적으로 앞서 있어 이번 코로나 사태에도 잘 대처할 수 있었다고 하겠다. 하루빨리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어서 이 난국을 벗어나기를 기원한다. 먼 미래의 언젠가는 인공장기나 복제인간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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