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시인선_김왕노_책모양_
경북 포항 동해 출신 김왕노 시인의 시집 ‘도대체 이 안개들이란’이 시작시인선 0384번으로 출간됐다.

시인은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황금을 만드는 임금과 새를 만드는 시인’, ‘슬픔도 진화한다’, ‘말달리자 아버지’(문광부 지정도서),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중독’(박인환문학상 수상집),‘사진 속의 바다’(해양문학상 수상집), ‘그리운 파란만장’(2014년 세종도서 선정), ‘아직도 그리움을 하십니까’(2016년 세종도서 선정), ‘게릴라’,‘리아스식 사랑’,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2020년 문학나눔 선정), ‘아담이 온다’,‘도대체 이 안개들이란’등을 출간했고 한국해양문학대상, 박인환문학상, 지리산문학상, 지난 계절의 좋은 시상, 디카시 작품상, 수원문학대상, 한성기문학상, 풀꽃문학상, 2019년 제11회 웹진 시인 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시상, 시작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시집 ‘도대체 이 안개들이란’은 서정시가 가지는 소통 지향성과 새로운 경험의 제시라는 속성을 가장 격정적이고 아름답게 성취해 낸 낭만적 사랑의 노래라고 규정할 수 있다.

김왕노의 시는 난해하지 않고 부자연스럽지 않고 독자 모두를 어떤 동일성의 세계로 이끄는 힘을 강하게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시집은 시인 자신이 겪어 온 남다른 경험의 너비와 깊이를 온전하게 유지함으로써 ‘시인 김왕노’를 넉넉하게 만나게 해 주는 ‘장(場)’이 된다.

우리는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의 경험에 흔연하게 동참하게 되며, 그 경험의 내질(內質)을 통해 시인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한없는 매혹과 동경을 만나게 된다.

해설을 쓴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의 말처럼, 이번 시집은 시인의 “요람과 무덤, 삶과 죽음, 빛과 그늘, 자긍(自矜)과 치욕의 언어적 현장”에 다름 아니다. 시인은 생성의 광휘보다는 소멸의 잔상에 더 큰 미학적 관심과 감각을 지니고 있으며, 삶의 비극성과 현실의 복합성을 두루 투시함으로써 실존적 슬픔에 가닿는 예술적 과정을 보여 준다. 여기에는 아름답고 처연한 유목적 의지가 깃들어 있어 울림이 크다. 그런가 하면 이번 시집에서는 시인 자신이 겪은 존재론적 기원의 형상들이 여러 계열체를 형성하면서 따뜻하게 퍼져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우리 시대의 속도 지향성이 우리의 원초적 기억을 하나하나 지우고 분식하고 있음을 환기해 본다면, 김왕노의 시는 지난 시간에 관한 오랜 경험과 그리움을 형상화함으로써 그러한 흐름에 저항한다. 이는 서정시의 소통과 공감의 영역을 확장해 간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처럼 김왕노의 시가 가지는 핵심은 사랑의 에너지이다. 시인은 사랑의 경험과 기억이 삶에서 치열한 미완의 형식으로 남아 주기를 갈망하면서 지상의 삶을 견딘다. 나아가 그것이 자신의 가장 내밀한 경험이라는 점을 깊이 있게 노래한다.

추천사를 쓴 이건청 한양대 명예교수는 이번 시집에 대해 “치밀한 구조와 심오한 전략의 언어들”로 “견고한 결집을 이룬 짧은 시편들”이 “짧은 함축 속에 세계를 담아”낸다고 평했고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자기 성찰의 열린 관점, 활달한 상상력의 시현, 생명의 비밀에 대한 경외, 세상살이의 곡절과 자신의 가족사에 대한 엄정하고 애절한 인식을 시의 문면에 함축”하고 있다고 평했다.

요컨대 김왕노의 이번 시집은 기억의 원리에 본원적으로 충실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기억이 서정시의 불가피한 존재 증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 주며, 우리 시대에 지극한 위안과 성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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