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환 에스포항병원 신경과 진료과장
정은환 에스포항병원 신경과 진료과장

살면서 누구에게나 두통 때문에 불편했던 경험이 몇 번 정도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지속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심하게 머리가 아프면 어떨까.

바로 만성 편두통이 이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먼저 편두통의 진단기준은 △4~72시간 동안 두통이 지속할 때 △머리 한쪽에서 중등도 이상의 강도로 심장이 뛰듯 두근거리며 일상생활 중 악화하는 양상을 보일 때△구역 또는 구토, 빛 공포증과 소리 공포증 중 1가지 이상의 증상이 동반될 때 등이다.

그중에서도 만성 편두통은 통증의 횟수가 3개월 이상 한 달에 15일 이상 발생하며 이 중 절반 이상(최소 8일)이 전형적인 편두통 특성을 보일 때 진단된다.

다소 복잡하게 진단되는 것 같지만 국내에서도 유병률이 17%에 이를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또한 2017년 발표한 세계질병부담연구(Global Burden of Disease)에서 모든 질환 중 두 번째로 일상생활에서의 장애도가 큰 질환으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사회적 활동이 왕성한 15세부터 49세까지의 경우, 장애 생활 연수가 가장 큰 질환이자 환자의 삶의 질을 결정적으로 떨어트리는 질환이다.

신경과 의사로서 두통으로 진료실을 찾는 수많은 환자를 보면 편두통이 겪는 사람에게 얼마나 고통스럽고 일상에 불편함을 초래하는지, 연구결과를 보지 않고도 현장을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편두통 치료는 급성기 치료와 예방 치료로 나뉜다.

전통적으로는 대부분 복용하는 약물을 통해 치료해왔다.

하지만 빈도가 잦고 강도가 심한 경우 약물의 효과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많고, 효과가 있는 경우에도 예방 치료를 위해 수개월 이상의 꾸준한 복용이 필요한 만큼 순응도 저하·약물 부작용 등 지속해서 치료를 이어나가기가 힘든 경우가 있다.

이 같은 약물복용 치료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랜 연구과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주사제를 이용한 편두통 예방치료가 최근 개발됐다.

현재 2가지 주사제가 만성 편두통에 대해 안정성과 효과를 증명하여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는데 보툴리눔독소A형(onabotulinumtoxinA)과 CGRP의 작용을 억제하기 위한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다.

주사제를 이용한 편두통 치료는 기존의 경구 약제와는 달리 용량 조절이나 장기간 복용이 필요 없고 여러 차례 투여로 효과의 발현이 지속적이며, 다른 약제와 상호작용이 없는 게 장점이다.

또한 이전에 예방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도 도움되며, 충분한 효과를 보기 전까지 다른 편두통 경구 약제와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2가지 주사제가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지고 있어, 2가지 치료제를 병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많은 장점에도 기존의 복용 약제에 비해 고가라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만성 편두통 환자의 경우 장기간 진통제 등의 약제를 과량 복용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악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적절한 주사 치료제의 활용은 사회경제적인 비용을 고려했을 때 대안으로서 고려해볼 수 있겠다.

진료실에서 편두통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통증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각이라, 본인은 매우 힘들지만 주변에서 적절한 지지를 받지 못해 정서적으로도 힘들어하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만성 편두통 환자들이 두통으로 고생한 기간은 20~30년이 드물지 않을 정도로 고질화한 경우도 흔하다.

오랫동안 환자들은 홀로 통증으로 인한 괴로움을 감당하고, 여러 가지 진통제를 오랫동안 먹으며 두통을 참고 넘겨온 것이다.

임상 의사로서 위와 같은 환자를 진료할 때 장기간의 약제 복용은 또 다른 만성 두통을 유발하므로 진통제 복용 횟수를 줄여야 함을 설명하지만, 당장 통증으로 힘든 환자에게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것이 괴로울 때가 많았다.

이와 관련 새로운 주사제의 도입은 환자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그러한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도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주사제가 가지는 세세한 특성·실제 활용 방법 등은 글만으로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다만, 만성적인 두통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있다면 주사제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이 안정성과 효과를 충분히 증명한 상태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부디 신경과 전문의와 상의해 두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일상으로의 복귀에 도움을 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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