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12월 26일까지

강운구 ‘김기창 (충북 청주, 1984)’.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가장 한국적인 사진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강운구 사진작가의 문인과 화가 154명을 촬영한 163점 전시하는 ‘사람의 그때’ 전이 9월 11일부터 12월 26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사람의 그때’는 지난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강운구 사진작가가 만난 인연의 발자취를 지속적으로 기록한 사진 작업으로 154명 문인들과 화가들의 인물사진 163점이 전시된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세계 결산 의미를 갖는다.

‘뿌리 깊은 나무’등에서 한국적인 풍경과 인물을 보여준 강운구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이렇게 말한다. 감동으로 다가옴은 물론이다.

강운구 ‘박경리 (서울 정릉, 1976)’고은사진미술관 제공
“결정은 늘 찍히는 이들 스스로가 하는 것이었고 나는 말 없이 그 사람들의 행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어쩌다 우연인 경우 말고는 어차피 약속하고 만났으므로 연출된 장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나는 어떤 표정이나 포즈를 요청하지는 않았다. 광선 상태나 배경이 좋지 않을 경우에 알맞은 방향이나 위치로 조금 움직여 달라는 부탁은 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가 관장하고 있는 곳에서 마음이 편하며 따라서 표정도 그렇게 된다. 더욱이 거기에는 그 사람이 오래 머물면서 이루어낸 그 사람 고유의 환경이 있다. 그래서 대개 그 작가의 작업실이나 집에서 찍었다. 그러는 게 나의 가장 큰 의도였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나는 거의 모든 사진을 그 사람의 영역에서 그 사람의 빛으로 찍었다. 그리고 혼자서 감히 턱도 없는 다짐을 했다. 안 보이는 것도 찍으리라. 내면도 보이게 하리라. 그리하여 마침내 영혼까지 드러나게 하리라.

강운구 ‘박고석 (서울 원남동, 1974)’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이 ‘사람의 그때’의 인물 선정은 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 쓰는 작가들로 압축했다. 긴 세월에 걸쳐서 여러 번 찍은 사람들도 많다. 그런 경우에는 가능하다면 맨 먼저 찍은 사진을 선택했다.

‘그때’ 찍은 사진들 중에서 그때 발표했던 사진들보다 좀 더 나아 보이는 것을 더러 보게 되면 잠시 주저했다. 그러다 그때의 안목과 느낌을 존중하기로 하고 이내 망설임을 진정시켰다.

뭔가 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다. 성격상 내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분들도 더러 있었으나, 사실은, 대개는 내가 그이들 앞에서 쩔쩔맸다. 이 사진들은 그 쩔쩔맸던 결과이다. 어쨌거나 만나게 되었던,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 모든 분들과의 인연이 새삼스럽게 고맙다. 사람은 대체 한평생에 몇 사람이나 만날까? 사람들 얼굴 위로 빛과 그늘이 부단히 교차한다. 시간은 시계 속에 그대로이고 사람들은 지나갔다. 흐르는 것은 사람이다.”

고은문화재단의 고은사진미술관은 부산 해운대에 소재한 지방 최초의 사진전문미술관이다.

이재구 고은사진미술관 관장은 “사진가로서의 욕심과 연출을 절제하며 촬영할 인물의 느낌 그대로, 그 사람답게 찍는, 늘 한결같은 50년이 넘도록 일관성을 유지한 관점이 강운구 선생의 사진론이라고 확신합니다. 특히 사진의 지시적 기능과 사진의 추상적 가치 탐구를 통해 발현된 그의 작품들은 매우 인상적입니다”고 소개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서양화 전공) 졸업 후 시인으로 등단해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문학 출판사 민음사의 대표 편집인을 지낸 김상순 시인은 “시대의 흔적을 넘어서는 불멸의 초상으로 여기에는, 참으로 많은, 한국 문학과 예술의 핵심적인 작가, 화가들의 모습이 있다. 100명이 넘는, 시인, 소설가, 화가들이다. 그들과 함께 문학이나 미술을 사회의 영역으로 확대하고 의미의 깊이를 더한 비평가, 출판인, 지식인들의 모습 또한 만날 수 있다” 며“이 사진들은 참으로 많은 것을 담고 있다. 표정, 눈길, 몸짓, 손길 그리고 어떤 표정이나 모습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이나 배경들...... 한 장 한 장, 사진 속으로 들어가다가 너무 많은 모습, 시대의 정서가 뿜어내는 분위기 때문에 숨이 차기도 하다. 그래서 한참을 멈추었다가 다시 사진 속으로 들어가 보지만 어떤 배경의 모서리에서는 다시 눈길을 멈출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강운구 ‘임응식 (서울 종로, 1973)’.고은사진미술관 제공
강운구 ‘장욱진 (충북 수안보,1983)’고은사진미술관 제공
강운구 ‘최일남 (서울 종로, 1975)’.고은사진미술관 제공
강운구 ‘한창기 (충북 충주, 1996)’고은사진미술관 제공
강운구 ‘함석헌 (서울 마포, 1968)’고은사진미술관 제공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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