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적용대상에 철강·알루미늄 포함…2026년부터 관세도 인상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가 대구·경북 지역 수출기업의 무역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BAM 우선 적용대상에 지역 주력 품목인 철강과 알루미늄이 포함돼 있는 데다 EU 당국에서 요구하는 수출 기준에 지역 중소기업계가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6일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발표한 ‘CBAM이 대구·경북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EU가 꼽은 CBAM 우선 적용대상은 비료와 시멘트, 전기, 철강, 알루미늄이다. 오는 2023년 시범적용을 시작으로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CBAM을 시행하는데, 지역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과 알루미늄의 경우 EU와의 거래에서 관세가 1.9%p에서 13.3%p까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관세율에 따라 기업의 부담이 가중하는 셈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제조과정에서 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경북의 EU 수출 현황(2019년 기준)을 살펴보면 CBAM 대상 품목인 철강은 185만t, 알루미늄은 3만t이다. 제품 1t 생산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적용해 추정하면 경북의 대(對) EU 수출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철강이 339만t(tCO2/t-S), 알루미늄은 23만t(tCO2/t-Al)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EU와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가격 차이를 고려해 계산하면 CBAM 적용에 따른 관세는 철강이 11.3%p, 알루미늄이 13.3%p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관세장벽이 대폭 높아지는 셈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 비중이 작은 대구도 대EU 관세 장벽은 철강이 1.9%p, 알루미늄은 7.2%p 늘어나게 된다.

EU의 비관세 장벽도 두터워질 것으로 보인다. EU 바이어가 당국에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수출품의 탄소배출량, 배출권 구매 이력 정보 등을 요구하게 되는데, 지역 수출 중소기업 대부분이 이에 대한 경험이 없다. 실제 지역 수출 기업 대비 탄소배출 관리 경험이 있는 업체 비율은 대구가 1.7%, 경북이 4.3% 수준으로, 지역 기업이 제대로 된 서류를 제공하지 못하면 EU 바이어가 거래노선을 변경할 수 있다.

지역 수출기업은 CBAM 품목이 늘어날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

EU가 CBAM 정식 도입 이전인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시범 기간에, 수입품의 탄소배출량 정보를 수집하면서 CBAM 적용 대상 품목 확대 여부와 제품 생산 간접배출량 포함 검토 등의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만약 EU가 CBAM 대상을 수입품 전체로 확대할 경우 EU 관세장벽은 대구(1.7%p)와 경북(6.0%p) 모두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과 EU의 FTA로 낮아진 대EU 관세 철폐 효과가 상쇄되는 수준이다.

무역협회 대경본부는 CBAM이 지역 중소기업계에서 대처하기 어려운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출실적이 있는 기업은 대구가 1473곳, 경북이 1393곳이지만, 탄소배출 관리 경험이 있는 제조업체는 대구 25곳, 경북 64곳에 불과하다. 지역 기업계에서 탄소배출량에 관심을 보이기 어려운 구조다.

무역협회 대경본부 명진호 팀장은 “친환경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수록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탄소국경세 도입 유인도 커진다”며 “미국 등 다른 국가로 탄소국경세의 확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역 중소기업도 수출품 생산시 탄소배출량 측정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관심을 갖도록 정부와 관계기관도 지원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EU CBAM은 1990년 대비 탄소배출량 55% 감축 등 강력한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는 다른 나라 대비 강력한 환경 정책으로 EU 산업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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