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인 '오션뷰'에 환상적인 '바다의 맛' 소주 한잔 생각 절로

조개꽃이 핀 모듬구이

동해바다를 찾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소망은 시원한 바다를 보며 맛난 해산물 요리를 한껏 즐기고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툭 털어 버리고 수평선처럼 안정된 마음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어야 그럴 수 있을까. 어느 지점에서 머물러야 출렁이는 푸른 바다를 안고 푸짐한 씨푸드를 여유롭게 즐기는 남태평양 피지섬 같은 이국적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까.

대게마을 영덕 강구항에서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가다 보면 하저리라는 바닷가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이곳이다. 조그마한 어항에 분주히 드나드는 어선, 그리고 아담한 해수욕장도 갖추고 있는 이 마을엔 전국에 맛집으로 소문난 ‘아! 여기 라스베가스’(대표 정순인) 라는 조개구이 전문점이 있다.

‘아니, 영덕에서 대게의 인기를 제친 조개구이라니!’ 처음엔 누구나 의아해하지만 초대형 포장마차를 연상시킬 만치 특색있게 꾸며져 있는 2층 건물 내외부부터 눈길을 확 잡아끈다.

갯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와 자연다큐처럼 떼 지어 나는 갈매기, 수평선을 향해 떠나는 고깃배들이 한눈에 들어 온다. 탁 트인 창가는 속까지 시원하다. 맛깔나게 익어가는 조개구이, 바다의 맛도 파도의 멋도 한데 다 어우러진 이곳은 답답하고 울적할 때 언제 어느 때나 와도 괜찮은 특별한 명소이다.
 

조개꽃이 핀듯한 모듬조개

△ 또 하나의 영덕대게 ‘아! 여기 라스베가스’

오션뷰가 아름다운 이곳은 감성적인 바다 분위기와 환상적인 조개구이 맛이 sns로 알려지면서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4계절 전국에서 손님들이 줄 이어 찾아오고 있다. 고소한 조개구이의 맛도 맛이지만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어느 바닷가 노점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도, 7080 복고풍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건물의 외관도 감성을 후끈 자극한다. 스쳐지나도 잊혀 지지 않는 상호 ‘아! 여기 라스베가스’도 분위기를 띄우는데 한몫을 하고도 남는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우스꽝스러운 화려한 빨간 반짝이 양복을 입고 중절모에 지팡이를 잡고 있는 찰리 채플린이나 미스터 빈을 만난 듯 누구나 출입구를 들어서면서 두리번거리며 웃음 짓지 않을 수 없게 한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도 붉은색 카펫이 깔려 져 있고 백열등 전구가 줄이어 달려있어서 정말 라스베가스의 어느 쇼 공연장을 들어서는 듯한 들뜬 분위기에 취한다. 널따란 공간에 손님을 기다리는 빨강 탁자들도 마찬가지다.

앉자마자 탁자 옆에 빨간 양동이를 갖다 둔다. 조개껍질 담는 통인가. 아니다. 양동이는 얼음통이다. 생수병과 맥주병을 담가두는 아이스박스 대용이다. 이벤트를 열어주는 듯한 이 집 대표의 센스가 재미나다.

야자숯이 피워지고 석쇠가 올려진다. 이어 따라 나오는 모듬 조개구이의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백합과 전복, 웅피, 가리비를 위주로 층층이 돌려 담아져 있어서 커다란 꽃처럼 보인다. 조개꽃이다. 함초롬한 꽃잎에 한줄기 이슬비가 지나간 듯 조개들이 신선한 물기를 촉촉이 머금고 있다. 하나하나에 잘게 썰어둔 양파와 청양고추를 뿌리고 작은 큐브 모양의 버터 한 조각도 고명처럼 올려놨다. 먹음직스럽다기보다 아름답다는 느낌이 더 와 닿는다.
 

쫄깃한 웅피구이

△ 모짜렐라 치즈 + 키조개 관자 = 진미

바다는 병풍이다. 어느 방향에서도 휴대폰으로 찍는 사진은 멋진 작품이 된다. 신선한 조개구이는 그 자체가 식욕을 부른다.

“조개껍질에 각질을 제거하지 않으면 구울 때 껍질이 튈 수 있어서 꼼꼼하게 각질을 벗겨낸 다음에 조개를 벌려서 속살을 손질합니다.”

직화구이로 보글보글 껍질을 그릇 삼은 조개들은 그래서 그런지 튀지 않고 조용히 익는다. 서해안 지방에서는 조개구이를 양념고추장에 찍어 먹지만 이곳은 고추냉이(와사비) 간장과 초장에 찍는다. 또한 모짜렐라 치즈와 양파, 청양 고추챱에 콘샐러드를 함께 버무린 후 은박지 그릇에 담은 소스를 구공탄 위에 곁들여 낸다.

“치즈가 녹은 콘샐러드 소스에 익은 조개를 담갔다가 와사비 간장에 찍어 드셔 보세요. 조개의 풍미가 더욱 깊어집니다.”

조개구이로 그 맛이 으뜸인 웅피조개는 제 몸을 그릇 삼아 보글보글.

분홍빛 쫄깃한 조갯살은 먹고 여기에 남겨진 웅피조개의 육즙을 껍질째 들어서 마셔보면 진한 조개 국물 엑기스를 먹는 맛이다.

 

익으면서 탄력이 생겨난 가리비 관자는 통통하다. 가리비 특유의 단맛과 향이 입안에 가득해진다. 버터의 향은 비린내까지 모두 감춰 고소한 풍미는 두 배가 된다. 술을 부르지 않고 배길 수가 없다. 곁에서 조개구이를 거들어 주던 정순인 대표는 가리비 관자는 자르지 말고 통째로 입안에 넣어야 한다고, 그래야 한입 가득 씹어주면서 풍부하고도 부드러운 식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팁을 준다.

“고무처럼 질겨서 따로 먹지 않는 일반 조개류와 달리 관자의 크기가 큰 가리비, 키조개의 관자는 맛이 풍부해서 유럽과 지중해 요리에서도 고급 식재료로 사용 되어지는 해산물 중 하나이지요. 와인 안주로 어울리는 관자는 해산물 샐러드 또는 버터를 넣어 팬프라이나 오븐에 구워서 별 양념 없이 만들어도 참 맛있습니다.”

남의 요리 혹평과 독설로 유명한 세계적인 스타셰프 고든램지가 이곳 라스베가스의 관자 요리를 맛보면 뭐라고 했을까. 아마도 관자를 즐겨 요리하던 고든램지도 한 수 배워 가지 않았을까.

참가리비
참가리비

△ 더할 나위 없는 바닷가 힐링 명소

이곳에는 조개뿐 아니라 영덕대게, 돌문어 등 다양한 동해바다 제철 해산물도 비교적 싼 값에 맛볼 수 있다. 겨울철 한 두 달만 맛볼 수 있다는 총알 오징어찜과 오징어회는 별미 중 별미로 꼭 맛을 봐야 하는 메뉴 중 하나이다.

구이를 먹고 남은 작은 백합은 해물라면에 넣어서 끓여 달라고 주문을 하면 홍가리비와 해물을 넣어 얼큰하게 끓여준다. 조개반 라면 반의 모습.

“조개구이 맛을 잊지 못해 오시는 분이 반이라면 해물라면 맛을 못 잊어서 다시 찾아오시는 손님이 반일 정도로 손님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습니다.”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조리기능장·예미정종가음식연구원장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조리기능장·예미정종가음식연구원장

“7년 전 여기서 건물을 지을 때는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바닷가였어요. 바다를 찾는 손님들이기에 바다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서 기둥과 지붕만 있는 집으로 짓게 되었지요.”

황량한 사막에 탄생한 도시 라스베가스 처럼 영덕에서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싶었다는 주인 정순인 대표의 기발한 생각과 초심 그대로 꾸준한 노력은 이곳을 한국의 라스베가스 처럼 전국 명소로 만들고 있다.

벽도 창문도 없이 건물 전체를 완전히 오픈된 공간으로 인테리어 된 이곳은 겨울엔 비닐 커튼 사이로 바다를 바라보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 외 계절에는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갈매기 우는 소리를 실시간 그대로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동해 바닷가에 나타난 새로운 복고풍 뉴트로(New-tro) 트랜드다. 1층과 2층의 포장마차형 건물 사방에는 온통 조롱조롱 매달린 백열전구가 밤바다의 들뜬 분위기를 한껏 연출하고 추억의 팝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동해바다를 바라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모 방송에서 맛집을 찾은 어느 식객이 한 그릇을 비우자마자 또 먹고 싶다고 한 멘트가 떠올려진다. 조개구이집을 나서자마자 바로 또 먹고 싶어진다.

오랫동안 기억되는 맛집으로 자주 올 것 같은 예감.

영덕대게와 함께 또 하나의 영덕 특산음식 조개구이 타운이 형성되기를 기대하며 발길을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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