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인 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

필자가 정신과에서 수련할 당시 1997년에는 아동·청소년 정신과조차 없을 정도로 아동.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는 음지에 있었다. 국내 EBS 방송국에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란 프로그램에서 ADHD 진단을 받은 아동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전문가의 솔루션이 진행되면서, 아동. 청소년의 심리적 문제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정신과에서도 소아·청소년 전문클리닉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필자가 운영하는 심리상담센터에도 조현병과 관련된 증상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의 문의가 하나둘 증가하고 있다.

조현병이라고 정식진단을 받으려면 6개월의 관찰 기간이 필요하다. 조현병의 주요증상은 환각이나 망상 위주의 인지기능 손상을 비롯하여 사고, 감정, 행동의 부적절성이다. 청소년들은 주로 환청을 호소하는데, 예를 들면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 이름을 부른다, 수군댄다, 감시한다, 내 생각을 남들이 다 아는 것 같다’ 등이다. 그 내용은 주로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본다는 피해망상적 사고들이다. 이런 환청이나 피해망상이 생기기 전에는 따돌림을 당했거나 구타를 당하는 등 마음의 상처가 선행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심리상담을 12년 동안 진행하였고 우울증, 불안증, 강박증, 사회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불면증, 전환장애, 해리성 정체감 장애 등 대부분의 심리적 문제를 심리 치료하고 있다. 조현병과 관련된 증상을 지닌 사람은 주로 정신과에 내원하거나 입원을 하기 때문에, 접할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성공사례가 다수 있다. 필자의 조현병을 지닌 청소년에 관한 첫 상담사례는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환시를 호소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다행히 초기라서 그 학생은 필자와의 심리상담을 통해서 그 심리적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조현병을 호소하며 방문하는 연령층이 고등학생의 나이보다 더욱 낮아지고 있다. 정신진단 및 통계편람(DSM-5) 5판에서는 조현병이 20대 청년기의 발달특성과 관련하여 이 시기에 발병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코로나 영향으로 인해서인지 조현병을 호소하는 중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상당히 충격적이고 우려스러운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시기에 대처를 못 해서 악화하거나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그 여파가 고등학교 시절까지 이어지고, 그 이후의 대학진학이나 군대 문제로까지 부적응상태가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성이거나 심각한 조현병 관련 증상은 약물치료나 입원치료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현병 초기증상이나 가벼운 증상은 임상 심리전문가가 운영하는 심리상담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길이 있을 수 있다.

조현병의 증상인 환청, 환시는 성인들 대부분도 일시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불면, 과다한 알코올섭취나 과다한 스트레스 등이 지속하면 일시적으로 현실에 관한 판단 착오가 생길 수 있다.

환청. 환시를 처음 접했을 때 조현병으로 발전할지는, 자신의 내면에서 답을 찾으면서 스트레스를 줄이느냐 아니면 외부의 원인 탓을 하면서 그것에 집착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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