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연안에서만 잡히는 탱글탱글 달짝지근 '귀한 맛'

독도새우.

‘독도는 우리땅’1980년대 한 코미디언이 불러 히트를 친 이 노랫말처럼 동해 한가운데 우뚝 서서 우리나라를 지키는 독도를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북쪽 캄차카반도에서 내려오는 한류와 남쪽 제주도에서 올라오는 난류가 교차하는 울릉도와 독도 주변은 각종 플랑크톤이 풍부해 황금어장으로 알려져 있다.

울릉도가 오징어라면 독도는 새우다. 이 독도 연안에서 잡히는 새우를 언제부턴가 ‘독도새우’라 부르는데, 이름하여 닭새우, 꽃새우, 도화새우다.

독도의 맑고 짙은 청정해역에서 자라기에 3가지 독도새우 모두 탱글탱글한 식감과 특유의 달짝지근한 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때문에 독도새우는 내로라하는 깐깐한 미식가들조차도 그저 탄성을 자아낼 뿐이다.

별미 독도새우가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 계기는 2017년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청와대 만찬에 오르면서부터다. 당시 독도새우는 국빈만찬 공식 메뉴로 상차림 돼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강조한 외교적 메시지를 잘 담아낼 수 있기도 했다.

이제 마스크도 벗었다. 맑은 공기가 간절하다. 파도를 가르며 미끄러지듯 달리는 쾌속선 ‘씨플라워(SEA FLOWER)’호를 타고 시원한 동해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 특산 독도새우를 맛보는 것도 코로나 종식을 환영하는 초여름 행사로 의미 있는 일일 것 같다.
 

독도새우회

△동해별미 독도새우의 원조 ‘천금수산’.

“열 번 먹으면 열한 번 맛있다고들 합니다” 울릉군 울릉읍 저동 봉래길 6번지 ‘천금수산’ 박종현(51)대표의 말이 필요치 않을 만큼 울릉도에서 독도새우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 식당 입구에 큼지막한 3단의 수족관부터가 볼거리다. 멀리서 봐도 수족관 전체가 불그스름하다. 닭새우, 꽃새우, 도화새우가 따로따로 분리된 채 수족관마다 가득 차 있다.

“수족관 물 온도가 2℃ 정도 됩니다. 아주 차갑습니다. 얼음물이지요” 찬물에 산다는 독도새우에 대한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일반 냉장고 냉장실의 기본 온도이니만큼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유리면에 성에가 가득 끼어 있다.

“물 온도가 조금만 높아도 바로 죽어 버립니다. 그래서 산채로 운반하기 위해서는 통발에서 꺼내자마자 배에 준비된 냉각시스템으로 옮겨야 되지요”

박 대표는 20년째 울릉도와 독도 근해에서 새우를 직접 잡는다.
 

뽀샤시한 독도새우 3종 회

맛집 주인이면서 천금 1호, 천금 2호 새우잡이 통발어선 2척의 선주 겸 선장이다.

“처음 새우잡이 조업을 시작할 때는 3가지의 새우를 분류하지 않고 같이 섞어 무더기로 내다 팔았지요. 제가 독도서 잡은 거니 독도새우라 하고 내다 판 게 시작이었어요” 지금 전국에 알려진 독도새우라는 이름도 박 대표가 지어낸 셈. 이번엔 맛집을 곧장 제대로 찾아 왔다. 독도새우의 원조가 바로 박 대표의 천금수산이다.

울릉도의 비경인 촛대바위와 저동항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창밖을 바라볼 새도 없이 독도새우가 탁자 위에 등장한다. 일행과 함께 찜 반 회 반으로 주문한 3인분 새우요리다. 접시에 담긴 활새우가 튀어 달아나지 못하게 랩으로 이불을 씌웠다. 종업원이 랩을 걷어 올리자 공중전이 벌어진다. 독도새우 3종이 경쟁적으로 팔딱거리는 데 날아다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독도새우회

△닭새우 도화새우 꽃새우, 독도새우 삼총사.

“닭볏을 닮았다 해서 닭새우이고요. 꽃처럼 화려하게 생겼다 해서 꽃새우, 그리고 복숭화 꽃 빛깔인 도화새우입니다” 꽁지를 치켜든 닭새우는 바로 구분이 되는데 도화새우와 꽃새우는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꽃새우의 무늬는 세로로 나 있고 도화새우는 가로줄 무늬가 있는 차이가 눈에 띈다.

익숙하고도 신속한 솜씨로 세 가지 새우를 줄 세우고 인사를 시켜 주더니 곧바로 머리를 떼내고 회 준비에 들어간다. 좀 더 자세하게 보고 싶었지만 순식간에 마술 부리듯 횟감으로 변모시켜 접시에 차려 놓는다.

후다닥 새우 껍질을 까는 손놀림도 바람 같다. 세 가지 독도새우를 차려 놓고, 맛이 어떻게 다른지 구분해서 먹어 보란다.
 

회.

“4월에서 6월까지는 독도새우 산란철이라서 이때는 알도 꽉 차 있습니다. 새우 알은 그냥 드시면 캐비어 맛도 살짝 느낄 수 있는 최고 별미랍니다”

깊고 거친 물살을 견디며 사는 독도새우는 껍질만 벗겨 회로 먹는 게 최고라고 한다. 세 가지 새우 중 가장 크기가 크고 미끈하게 생긴 도화새우 맛부터 궁금해진다.

청와대 국빈만찬에 올라간 놈이 바로 도화새우라고 하기에, 껍질을 까보면 탱탱한 육질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땡글한 육질은 쫀득한 식감으로 다가온다. 씹을수록 달짝지근한 맛은 여느 새우와는 확연히 다르다.


꽃새우도 특별하다. 도화새우보다 약간 무르다는 느낌이 더 강하나 촉촉한 수분감이 느껴지면서 젤리를 먹은 듯 입천장에 새우살이 짝짝 들러붙는 듯하다.

식탁에서 까지 꽁지를 바짝 치켜들고 성난 모습을 잃지 않던 닭새우. 당당한 만큼 맛도 담백하다. 세 가지 새우 중 생긴 모습 그대로 육질의 단단함은 단연 최고다. 새우살이 오드득 씹힌다고나 할까. ‘과연 닭새우’라는 말이 입에서 새어 나온다. 딱딱한 껍질 손질을 잘못하다가는 날카로운 가시에 찔 릴 위험도 없지 않을 정도다.
 

고소함의최강새우머리튀김.

△회-찜-튀김-탕으로 이어지는 독도새우, 가식비 100%.

회에 이어 찜, 튀김, 탕으로 독도새우 맛의 향연이 계속 이어진다. 버터 향처럼 솔솔 올라오는 새우찜의 풍미는 육지에서 먹던 맛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환상적인 맛이다. 구태여 찜의 식감은 굳이 세 가지를 구분하자면 못할 것도 없다. 닭새우, 도화, 꽃새우 순으로 쫀쫀함 정도 구분되지만 풍미와 맛은 모두가 귀한 몸이라 굳이 순번을 정하고 싶지 않다.

회로 내주기 전 새우의 머리를 너무 몸통 가까이 아깝게 잘라 내버린다. 생각했더니 거기에도 이유가 있었다. 푸짐하니 새우머리 튀김이 수북이 이어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껍질의 바삭함과 함께 새우 머릿속에 든 내장과 속살이 함께 씹혀지는 그 맛이란 이것이야말로 독도새우 맛의 백미이고 화룡점정정말 잊지 못할 독도새우를 중독되게 만드는 코스인 셈이다.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조리기능장·예미정종가음식연구원장·대구가톨릭대 교수
박정남 전통음식칼럼니스트·조리기능장·예미정종가음식연구원장·대구가톨릭대 교수

“누가 바닷가재를 맛있다고 했나. 누가 크레이피쉬를 맛있다고 했던가? 모두가 독도새우를 맛보지 않고 했던 말일뿐이다” 오랫동안 미식가들의 입에 오르내린 북태평양 바닷가재와 남태평양 크레이피쉬를 대번에 후 순위로 밀어낸다.

마지막으로 탕을 추천한다. 이름하여 ‘새게탕’이다. 새우와 대게를 함께 넣고 끓여냈다. 독도새우 3종을 아낌없이 넣고, 영덕대게까지 푸짐하게 들어간 새게탕은 그동안 갖은 맛으로 농락당했던 입안을 안정시켜 준다. 시원한 국물이 진정제인 셈.

지구촌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탄성을 내지르는 음식은 대부분 씨푸드(sea-food)이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인 반도의 나라. 때문에 동해와 서해, 남해에서 갖가지 생선과 수산물, 해산물이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우리 해산물을 재료로 한식 세계화를 이끄는 코리안푸드 퓨전 메뉴를 다채롭게 탄생시킬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을 이번 맛집인 울릉도 천금수산 독도새우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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