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제11형사단독 황형주 판사는 ‘양방 베팅’ 방법으로 3253억 원 규모의 도박을 한 혐의(상습도박 등)로 기소된 총책임자 A씨(32)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1626억5900여만 원을 추징할 것을 명했다고 7일 밝혔다. 또 관리자 B씨(31)에게는 징역 1년 6월을 선고하고 1억1000만 원을 추징할 것을 명하고, 관리자 C씨(35)에게는 징역 1년 2월을 선고하고, 2500만 원을 추징할 것을 명했다.

A씨 등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구 수성구와 서구에 ‘양방 베팅’ 사무실을 차린 뒤 도박 사이트에서 9만1974차례에 걸쳐 도금 합계 3253억 원을 충전한 뒤 파워볼 게임, 바카라 게임에 ‘양방 베팅’하는 방법으로 도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다수의 인터넷 도박 사이트가 회원들이 도박자금을 충전하면 충전금액의 10%를 보너스로 지급해줘 실제 충전금액의 110%를 베팅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홀이나 짝을 맞히는 배당률 1.95배의 파워볼 게임의 경우 어느 한 도박 사이트에서는 ‘홀’에 걸고 다른 사이트에서는 ‘짝’에 돈을 걸어 어느 한 쪽을 무조건 적중시켜 해당 사이트로부터 적중 환급금을 받아 수익을 얻었고, 플레이어와 뱅커로 구성되는 바카라 게임이나 승리와 패배로 나뉘는 스포츠토토 게임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 ‘양방 베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도박 사이트 회원 가입과 ‘양방 베팅’에 필요한 도박자금, 사무실 임대료, 타인 명의로 개통한 선불 유십칩과 도금 충·환전용 계좌 등을 관리자와 종업원에게 제공하는 등 범행을 총괄했고, 관리자 B씨와 C씨는 직접 ‘양방 베팅’ 도박을 하면서 종업원 관리와 수익금 정산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재판에서 A씨는 ‘양방 베팅’은 무조건 베팅한 어느 한 쪽이 적중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어서 ‘양방 베팅’을 하는 행위자로서는 반드시 하나의 베팅이 적중해 그에 따른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우연성이 결여돼 도박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황 판사는 이를 배척했다.

황 판사는 “베팅 대상인 바카라, 파워볼, 스포츠 경기의 승패가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이상 피고인이 승패 양쪽에 각각 베팅하는 것은 각각의 행위마다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항상 수익을 내는지와 무관하게 형법상 도박에 해당한다고 봐야한 다”고 지적했다. 황 판사는 이어 “범행의 기간이 상당히 긴 데다 총 도금이 3253억 원 정도로 막대한 점, 3년여에 걸친 상습도박 범행으로 정상적인 근로 활동을 하는 일반인들로서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막대한 불법수익을 얻어 호화로운 생활을 누려온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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