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인공으로 동면시켰다가 아무런 부작용 없이 깨어나게 하는 실험이 성공을 거둠으로써 궁극적으로 이러한 방법이 암 등 질병 치료에 이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소의 세포생물학자 마크 로스 박사는 쥐들을 소량의 황화수소가스에 노출시키자 대사활동이 90%까지 떨어지는 사실상의 동면상태에 빠졌으며 6시간 후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자 다시 깨어나 평소와 다름없는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황화수소가스란 시궁창이나 썩은 계란에서 나는 냄새를 풍기는 기체로 사람의 몸에서도 소량 만들어지며 세포가 에너지 생산을 위해 연소시켜야 하는 산소의 양을 조절, 정상체온을 유지하게 만든다. 그러나 많은 양에 노출되면 독성을 띠게 된다.

로스 박사는 황화수소가스(H2S)가 80ppm 섞인 방에 쥐들을 넣었다. 몇 분 안에 쥐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무의식 상태에 빠졌고 체온이 36.7도에서 15도로, 호흡은 1분에 120회에서 10회로 뚝 떨어졌다.

5분도 안 되어 산소 소비량은 50%,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0%가 각각 줄었다. 전체적으로 대사율은 90% 감소했다. 이는 세포의 정상활동이 거의 정지되었고 그만큼 산소의 필요량도 줄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태가 6시간 계속된 후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자 쥐들은 다시 깨어나 활동하기 시작했다. 테스트 결과 다시 깨어난 쥐들은 행동과 신체기능이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로스 박사는 만약 사람도 똑같은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면 장기이식 대기환자, 수술환자, 응급실 환자, 전선의 부상병들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암 환자는 항암치료 전에 정상세포를 일시적으로 동면시키면 암세포만 집중공격할 수 있어 항암제나 방사선의 투여량을 높이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로스 박사는 말했다.

이는 저체온증이나 마찬가지의 상태다. 실제로 사람이 저체온 상태에 빠졌다가 소생한 실례가 있다. 1999년 5월 노르웨이의 여자스키선수가 1시간이상 얼음물 속에 빠져 체온이 14도까지 떨어지고 심박동과 호흡이 멈춘 임상적으로 사망한 상태에 있다가 소생해 신체와 정신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2001년 2월에는 캐나다의 여자아기가 밤 중에 밖에서 동사했다가 심장이 멈춘 지 2시간만에 다시 살아나기도 했다.

로스 박사는 다음 단계의 실험은 쥐보다 몸집이 큰 동물도 동면상태에 빠트리는 것이 가능한지 그리고 동물이 병에 걸렸을 때 이러한 상태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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