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는 24일 열릴 취임행사에 로마의 수석 라비를 초청했다고 로마 유대교계의 대변인이 21일 밝혔다.

베네딕토 16세가 유대교 라비를 취임행사에 초청한 것은 종교간 화해에 힘썼던 전임 요한 바오로 2세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로마 유대교계 대변인인 리카르도 파시피시는 라비 리카르도 디 세그니가 21일 교황의 서한을 받았다면서 "교황의 메시지는 놀라움과 기쁨, 미래에 대한 희망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파시피시 대변인은 앞서 디 세그니가 새 교황에게 축전을 보낸 데 대한 응답으로 베네딕토 16세가 라비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 서한에서 "내가 선출된 사실과 엄숙한 교황직 취임행사가 열린다는 것을 알리면서...나는 유대교인들의 아들 딸과 협력을 강화하고 대화를 계속해 나가는데 하느님의 도움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임행사가 열리는 24일은 공교롭게도 유대교의 축제인 유월절(逾越節) 행사가 시작되는 날이라 디 세그니는 취임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파시피시 대변인은 "이는 무례한 행동이 아니라 유대인들의 관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이 취임행사에 라비를 초청한 데 대해 과거 교황청-유대교 위원회에서 일했고 현재는 뉴저지 소재 종교간 이해센터 소장으로 있는 라비 잭 벰포래드는 "교황은 유대교-기독교간 대화의 중요성을 매우 분명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새 교황은 이밖에도 안젤로 소다노(77) 추기경을 교황청 국무장관에 재임명하고 교황청 중앙정부 각료 전원을 유임시키는 등 요한 바오로 2세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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