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훈기자

지난달 20일 안동의 한 도박판 단속현장에서 발견된 경찰 무전기는 해당 경찰관이 도박꾼에게 대여한 것으로 드러나 경찰의 명예를 한 순간에 실추시켰다. 결과적으로 보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안동경찰서는 해당 경찰관을 형사입건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를 끝으로 사건발생 10여일 후인 지난 2일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 했다.

그러나 해당경찰관에 대해 파면을 면하게 해준다는 조건하에 자백을 받아냈다는 말이 나돌고 있어 이 같은 일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경찰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을 것이 뻔하다.

당초 경찰은 사건발생 직후 쉬쉬하다 언론취재가 잇따르자 뒤늦게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경찰관의 의혹을 밝혀내겠다며 부산을 떨었지만 사건발생 직후부터 수사단계까지 처리가 그리 말끔하지 않았다.

경찰수사의 초기 대응에 대한 언론의 날카로운 시선은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것만으로도 곱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결과를 놓고 법조계는 물론 시민들조차 신뢰를 하지 않고 있다.

수사의 핵심인 해당 경찰관과 도박판의 관계, 무전기 상습 고의대여, 도박판 돈놀이, 무전기 배터리 충전기 보관 장소 등에 대해 경찰이 구체적인 진실을 규명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안동의 모 경찰관도 몇 해 전 도박판에 빠지면서 부채에 시달리다 결국 정년을 지키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퇴직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진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건을 비롯해 은행 강도사건, 공문서 위조사건 등 안동경찰서 일부 직원들이 저지른 사건에 대해 시민들은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이런 일들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하고, 경찰의 명예를 위해서도 자신들의 비리를 감싸줘서도 안 된다.

바로 수사권독립을 외치는 대한민국 경찰의 희망을 손상시키는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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