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웅경제부장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 한때 포항의 주요사안을 두고 포항시내 장안에 무성히 떠돌던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되는 일이 없다”라는 유행어로 바뀌어야 할판이다.

적어도 경제 및 지역개발분야 대형프로젝트는 대다수 줄줄이 실패로 돌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치단체는 주변의 지적(知的), 물적(物的) 인프라만 믿고 너무 낙관한 채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다른 사회단체와 경제단체, 그리고 시민들도 힘을 한데 모으는데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책임은 추진주체인 포항시와 경북도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들어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항의 몇가지 추진사업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결정된 ‘기업도시유치’와 ‘자유무역지대 지정’등 일련의 경제관련 대형 프로젝트.

포항시와 경상북도는 서로 보조를 맞추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결과는 2건 모두 ‘명함도 못 내밀어보고’ 실패했다.

지난 13일 결정된 자유무역지대선정에서 포항은 쓴잔을 마셨다. 포항은 이번에 자유무역지대로 선정된 북평, 율촌뿐 아니라 제주 울산 경기 평택 등 전국 5개 지역과 함께 막판까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 결과 결국 ‘물’을 먹었고 동해안 유일의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돼 환동해권 무역중심지로의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하던 부푼 꿈은 산산조각 났다.

그러나 때가 있을 때마다 중앙부처를 오르내리며 자유무역지역지정이 잘 되가고 잇고 힘있는 기관과 인맥에 줄기차게 건의하고 있다던 포항시와 시의회, 지역국회의원들은 꿀먹은 벙어리 마냥 이와관련 아무런 언급도 없다.

또 하나 한심하고도 원통한 것이 바로 ‘기업도시 유치문제’다. 포항시와 경북도는 지난해말부터 기업도시와 관련 지난해 4월 MOU체결을 내세워 현대중공업과 대화가 잘 이뤄져 현대가 당초 계획보다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는 등 기업도시가 거의 다된 것처럼 떠들어 왔다.

하지만 도지사와 시장이 직접 나서고 거듭된 경북도와 포항시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걸었던 현대중공업이 부정적인 의사를 보이자 오직 현대중공업만 믿고 ‘올인’ 했던 포항시와 경북도는 신청요건조차 갖추지 못해 지난 15일 신청마감일날에 뒤통수만 연신 긁어야 했다.

실속없이 변죽만 요란하게 울린 전략없는 지역개발추진 정책의 현주소다.

그동안 경북도는 자체 특별유치팀까지 구성했으나 1~2개 대기업만 접촉했을 뿐 개별기업에는 공을 들이지 않아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가 단 1곳도 없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그렇다. 이제 항상 중요 사안마다 자신감이라는 한쪽 엔진만으로는 늘 제자리만 맴돌 뿐이다. 자치단체가 기업과 시민등 다른 경제주체들과 머리를 맞대는 신중한 논의로 양쪽 추진엔진을 함께 가동시켜야 곧은 방향으로 쾌속질주 할 수 있다.

대형축제때만 지원을 위해 기업을 찾을 것이 아니라 자주 협의하고 자문도 구해야 한다.

합의와 신중을 통해 ‘선택’이 있으면 모든 지역사회구성원이 ‘집중’하며 돕는 지혜가 지금 포항의 가장 급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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