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10대 트레킹 코스 - ④ 영주

죽령 옛길 좌우에는 이처럼 울창한 원시림이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이 탁 트이게 한다.

일제때인 1930년대의 신작로와 1941년의 철도가 생기기 이전 영주의 죽령은 추풍령, 문경새재와 더불어 영남과 호서, 한양을 연결하는 3대 통로였다.

철도와 신작로는 죽령 고갯길에 잡초와 잡목들을 키워냈다. 그리고 이 길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그러나 두 세대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 지역 사람들은 이 길을 그리워했다. 사람들의 눈에서 이 길은 멀어졌지만, 퇴계가 고갯길을 넘으며 남긴 시는 말할 것도 없고 신라시대 이후 수많은 역사의 기록들에서 죽령이 자꾸만 떠오르고, 나이 든 사람들의 기억에서는 오히려 더욱 생생하게 살아났다. 결국 영주시는 지난 1999년 이 길을 복원했다.

죽령의 자랑으로 손꼽히는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들

영주 죽령 옛길은 최근들어 주5일제와 웰빙 바람이 불면서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길이 가파르지 않은데다 시작점에서 정상 고갯마루까지 어른들의 발걸음으로 넉넉잡아 50분 정도면 충분히 도달하기 때문에 등산과 달리 힘들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휘파람만 불며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쉬운 길도 아니다. 한마디로 트레킹 코스로 딱 맞다. 겨울에 큰 눈 없고 여름에 큰 비 없는 영주의 기후 특성상 사계절 모두 적당한 트레킹 코스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고 실바람조차 숨어버린 뙤약볕 한여름날인 지난 5일, 이 길을 찾았다. 옛길이라고 하지만 옛사람들의 흔적은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정도로 아주 드물다.

죽령 옛길을 따라 등산을 즐기고 있는 가족들.

길에는 다니기 좋으라고 한 쪽으로 치워져 지금은 시퍼런 이끼에 싸인 크고 작은 돌이 만든 둑이 있고, 고갯길 중간 쯤에는 길손들이 쉬어가는 주막터의 흔적이 풀에 덮인 채 쌓은 돌로 남아 있다. 옛 사람들의 흔적은 거의 이게 모두다. 하지만 이 길 자체, 이 길 전체가 옛사람의 흔적이라고 깨닫는 순간,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사롭지가 않아진다. 때문에 운치 있게 걷기 위해서는 이 길의 역사와 길에 얽힌 옛사람들의 애환을 미리 알고 떠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길 주위에서 끊임없이 자기를 보아 달라고 조르는 야생화와 식물(이른 봄에는 꿩의바람꽃, 괭이눈, 산자고 등을 관찰할 수 있고 가을에는 어름, 다래 등을 따 먹을 수 있다), 온갖 곤충들을 살피는 자연체험을 겸해 걷는다면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지 건강만을 위해 걷는 것도 좋겠지만 그럴 경우 이 길은 '옛길' 아닌 '통로'일 뿐이다.

한여름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햇볕은 이 길을 감싼 울창한 산림에 가려 더 이상 길바닥까지 닿지 않는다. 그래도 여름은 여름. 땀이 안 날 수 없다. 목마름이 느껴지는 시간에 정확하게 작은 계곡물이 나온다. 손으로 떠보면 티끌하나 없는 맑은 물, 그대로 마시면 된다. 그리고 그 위로부터는 계곡물을 만날 수 없으므로 여기에서 잠시 휴식을 가진 후 다시 출발하면 좋다.

조금 더 올라가면 주막거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1930년대까지 두어 집의 주막이 있었고 6.25 뒤에도 서너 농가가 있었다고 한다.

10~15분 정도만 더 걸으면 정상. 5번 국도가 충북 단양으로 포물선을 그리면서 넘어간다. 정상에 서면 오른쪽에 있는 도솔봉의 우람한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주막과 장승공원도 있어 여기에서 얼마쯤 쉬다가 다시 내려오면 된다.

옛길 좌우의 100년은 충분히 넘은 듯한 우람한 소나무들과 쭉쭉 뻗은 낙엽송 군락도 볼만하다. 옛길 근처에는 신라고찰 희방사와 희방폭포도 있어 트레킹 후 들러보면 금상첨화다.

이 길을 오르는 입구는 주차장 등 아무런 시설이 없어 다소 썰렁한 편이지만 올라갈수록 운치가 있다.

죽령 옛길 찾아가는 법

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에서 나와 5번 국도에 오른 다음 소백산 방향으로 10분정도 가면 희방사역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한 후 희방사역을 지나 2~3분 정도 올라가면 죽령 옛길 진입로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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