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환호하는 한국선수들2008베이징올림픽이 계속된 16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일본전 9회초 2사 1,2루 대타 김현수가 역전 안타 때 김동주가 홈인하며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16일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한일전에서 양팀 감독의 작전 대결이 불꽃을 튀겼지만 승리는 한국의 몫이었다.

지난해말 올림픽 예선에서 선발 오더 제출 문제로 입씨름을 벌인 양팀 감독은 이날도 선발 기용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호시노 감독은 아껴둔 왼손 투수 와다 쓰요시(소프트뱅크)를 한국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2003년 아테네올림픽 삿포로 예선에서 한국을 상대로 5⅔이닝을 4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점을 높이 산 것이다. 한국이 좌완 김광현(SK)을 기용할 것으로 예상되자 타자는 9명 중 6명을 오른손 타자로 채웠다. 물론 한국도 `왼손 투수, 오른손 타자' 전술로 맞섰다.

일본은 예상대로 번트와 대주자를 앞세운 `스몰볼' 작전으로 나왔다. 6회 선두타자 아오키 노리치카가 안타를 치고 나가자 아라키 마사히로가 번트를 댔고, 8회에도 비슷한 공격이 이어졌다. 9회엔 2루 대주자를 내보내기도 했다.

한국도 비슷한 작전으로 맞섰다. 8회 1사 1루에서 이택근 대신 대주자 이용규를 내보내며 기회를 노린 한국은 9회 김동주가 안타를 치고 나간 뒤 이대호가 번트를 댔다.

양팀 작전은 비슷했지만 한국엔 일본에 없는 비밀 병기 김현수-이종욱으로 이어지는 `발야구 형제'가 있었다. 김현수는 2-2로 맞선 9회 2사 2사 1, 3루에서 대타로 나서 중전 1타점 적시타를 친 데 이어 과감하게 도루를 시도, 일본 내야진을 뒤흔들었다.

후속 타자 이종욱의 기습 번트도 일본의 허를 찔렀다. 이어진 2사 2, 3루에서 강공 작전을 예상하고 뒤로 물러나 있던 일본 3루수 무라타 슈이치는 공중으로 떠오른 번트 타구를 잡지 못해 1점을 더 내줬다. 1970, 1980년대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자주 쓰던 작전을 한국이 한 단계 진일보한 방식으로 사용하자 일본은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발야구 형제'의 달리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어진 1, 3루 찬스에서 이종욱이 2루 도루를 시도하자 일본 포수 아베 신노스케가 2루에 던진 공이 중견수 앞까지 굴러갔고, 이 틈에 김현수가 홈을 밟아 순식간에 3점을 뽑아내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예선 일본전에서 이른바 `위장오더' 시비에 걸려 곤욕을 치른 기억마저 말끔히 털어낸 셈이 됐다. 치열한 머리싸움이 끝난 뒤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일본을 이겨서 기쁘다"고 말하는 김 감독의 표정엔 승자만이 지을 수 있는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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