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더볼트' 우사인 볼트(22.자메이카)가 16일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육상 100m에서 9초69를 찍어 세계기록, 올림픽기록 등을 몽땅 갈아치우는데 필요한 발자국은 딱 41개였다.

사상 처음으로 100m에서 9초6대 시대를 개척한 볼트를 분석하는 기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첨단과학은 물론 바람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도 그처럼 빠른 기록을 낸 것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지난 5월 9초76을 찍은 뒤 한 달도 안돼 9초72로 세계기록을 새로 쓰더니 77일 만에 다시 0.03초를 줄여 9초69를 뛴 '괴물'을 그러나 과학적으로 분석한 글은 별로 없다. 제대로 평가를 내리기도 전에 워낙 빨리 진화를 거듭하는 탓이다.

일단 그의 독특한 주법에서 괴력의 근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자이퉁'은 17일 인터넷판에서 볼트가 스타트 블럭을 출발한 지 딱 41번째 스트라이드 만에 결승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산술적으로 따져도 한 발자국당 평균 2.43m씩 뛴 셈이다.

스타트 후 가속력이 붙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폭발적인 스퍼트를 할 때는 스트라이드 거리가 2.43m 이상 더 벌어진다는 계산이다.

최정상급 기량을 갖춘 이들이 45-46스트라이드만에 결승선에 골인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덜 뛰었다.

키 196㎝ 장신인 볼트는 100m 단거리 선수로는 너무 크다는 편견을 깡그리 깨뜨리고 학처럼 긴 다리를 이용해 보폭을 최대한 넓혀 남들보다 덜 뛰면서도 가속력을 살린 주법으로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됐다.

트리니다드 토바고 스프린터 출신으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100m에서 은메달을 딴 아토 볼든은 볼트의 주법을 보고 "그가 9초6대를 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예견했고 결국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역대 육상 선수 중 독특한 주법으로 팬들의 뇌리 속에 깊이 박힌 이는 마이클 존슨(미국)이다.

200m와 400m에서 독보적인 기량을 뽐냈던 그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보폭을 짧게 끊는 '스타카토 주법'으로 1990년대 중반 세계를 평정했다.

그가 1996년 200m에서 작성한 19초32는 아직도 세계기록으로 남아 있다. 200m가 주종목인 볼트는 19초67까지 기록을 줄여 존슨의 기록에 0.35차로 다가섰다.

볼트가 존슨의 기록마저 넘어선다면 그간 정립된 단거리 선수의 체격과 주법 등에 대한 학설에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84년 칼 루이스(미국) 이후 24년 만에, 역대 스프린터 사상 9번째로 100m-200m 2관왕에 도전하는 볼트는 "'더블'을 이루고 싶을 뿐 존슨의 세계기록을 경신하는데 집중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세계신기록의 원동력을 볼트만의 여유에서 찾기도 했다.

통신은 볼트가 전날 잠을 푹 잤고 아침 식사를 거르고 TV를 여유 있게 시청한 뒤 점심에는 치킷너겟을 먹은 뒤 또 낮잠을 잤다고 전했다. 저녁에는 다시 치킷너겟을 좀 더 보충해준 뒤 휴식을 취하고 트랙에 섰다고 소개했다.

뛰어난 기량에 낙천적인 성격까지 더해져 볼트의 신기록 행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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