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5.고양시청)은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까지 남모를 혼자만의 고민(?)에 끙끙 앓아야했다.

기록 향상을 위해 몸무게를 더 늘려야 한다는 중압감에 항상 사로잡혀 있었던 것.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장미란이 17일 베이징 시내 코리아하우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체중 조절이 힘들었다는 고민을 털어놓었다.

장미란은 "음식을 안 먹으면 몸무게는 빠진다. 그런데 살을 찌우는 게 정말 힘들다. 최소한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저녁을 먹고 밤에는 코치님이 챙겨주시는 간식을 또 먹는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체중이 빠지면 죄송할 정도"라고 했다.

대부분 국내 여성이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반면 장미란은 살을 찌우기 위해 남다른 고민을 한 셈.

장미란은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의 무더운 날씨에 몸무게가 빠지지는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단다.

힘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도에서 더 나은 체격조건을 만들기 위해 올해 초 113kg 나가던 몸무게를 4-5kg 정도를 어렵게 더 찌워 118kg 정도까지 늘렸는데 경기를 며칠 앞두고 '살 불리기 작전'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 음식과 간식을 대규모로 공수해 온 덕에 체중이 많이 안 빠졌다. 역도 대표팀이 지난 1일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선수단 입맛에 맞는 15개 박스 분량의 한국 음식을 조달한 덕이 컸다.

장미란은 '몸무게를 늘리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느냐'란 질문에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앞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더 안 찔 것 같다. 하지만 만약에 체중 불리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운동을 계속 하려면 몸무게를 항상 생각해야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장미란이 금메달을 획득할 당시 몸무게는 116.75kg이었다.

장미란은 또 '여자로서 역도를 하면서 힘들지 않느냐'란 질문을 받고는 역도 종목만의 매력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극한의 힘을 한순간에 쏟아부어 자신의 몸무게보다 더 나가는 바벨을 머리 위까지 들어올리는 종목 특성상 여자가 역도에 호감을 갖기는 쉽지 않다.

장미란은 이에 대해 "여자 선수로서 괴로움을 느낀다면 여기까지 올라올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역도를 하면 기록을 내는 재미가 있고 성취감도 많이 느낀다. 존재감도 알릴 수 있어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극마크를 단 자부심도 역도를 계속 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장미란은 "태릉선수촌에서 운동을 하고 국가대표로 뛰면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면서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많은 분들이 이렇게 응원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물론 그는 "역도는 중량을 다루는 운동이라 몸도 아프고 힘든 적도 있었지만 선수로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역도에서 인내심은 필수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장미란은 또 "어릴 때는 역도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었다"면서도 "지금은 빨리 시작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라고 말한다.

역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 장호철(54)씨와 어머니 이현자(50)씨 사이에서 1남2녀 가운데 첫째인 장미란은 처음부터 역도를 좋아하진 않았다.

게다가 남보다 두꺼운 팔과 다리, 허리를 갖고 있던 터라 역도에 적합한 체격 조건을 물려 받은 것에 대한 불만도 은근슬쩍 품었다. 당연히 역도에 관심도 갖지 않았고 오히려 역도를 권유하는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다 아버지와 지도자의 끈질긴 권유에 마침내 상지여중 3학년이던 1998년 바벨을 처음 들어봤다. '역도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에 기운도 더욱 낼 수 있었다.

장미란은 "어렸을 때는 제 신체조건에 만족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러한 신체를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 운동을 시작한 뒤에는 그만두거나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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