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사실 배드민턴의 메달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배드민턴이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뒤 한국은 2000년 시드니대회때만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을 뿐 4번의 올림픽에서 금 5개, 은 6개, 동 3개를 수확해 `효자종목'으로 불렸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금메달 1개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과거 한국은 여자단식의 방수현, 남자복식의 박주봉-김문수와 김동문-하태권, 혼합복식의 김동문-라경민 등 확실한 금메달 후보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우승을 확실히 담보하는 `보증수표'가 없었다.

그나마 믿었던 카드는 남자복식의 정재성-이용대(이상 삼성전기) 조였다.

세계랭킹 3위에 올라있는 정-이 조는 최근 기세도 매세워 내심 한국 배드민턴의 금맥을 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심적인 부담이 지나쳤는지 정-이 조는 남자복식 1회전인 16강에서 그만 덴마크의 파스케-라스무센(랭킹 7위)에게 허무하게 0-2로 완패하고 말았다.

가장 믿었던 금메달 조가 첫 판에서 탈락하자 대표팀은 큰 충격에 빠졌다.

또한 여자복식에서는 이경원-이효정 조가 힘겹게 결승에 진출했지만 중국이 자랑하는 신진 에이스 두징-유양의 벽을 넘지 못해 은메달에 그쳤고 남자복식의 이재진(밀양시청)-황지만(강남구청) 조는 동메달, 남자단식의 이현일(김천시청)은 4위로 입상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 믿을 구석은 혼합복식 뿐이었다.

8강에서 영국의 로버트슨-엠스를 제압한 이용대-이효정은 준결승에서 까다로운 인도네시아의 림펠리-마리사(세계랭킹 3위)를 2-1로 제치고 결승에 올랐다.

때마침 반대편 준결승에서 인도네시아의 위디안토-릴리야나 조가 중국의 허한빈-유양 조를 꺾어준 것도 반가웠다.

위디안토-릴리야나가 세계랭킹 1위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홈팬들의 열화같은 성원을 등에 업은 중국 선수들이 상대하기 더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올시즌 두 차례나 위디안토-릴리야나 조를 이겨봤던 이용대-이효정은 올림픽 결승전을 앞두고 상당한 자신감도 있었다.

결국 접전 끝에 세계랭킹 1위를 누르고 올림픽 정상에 오른 이-이 조는 배드민턴 마지막 날 고대했던 금메달을 선사하며 `효자 종목'의 전통도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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