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에서 열린 한국 대 중국 경기에서 이승엽이 연장 11회말 무사 만루 때 끝내기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야구대표팀 타선의 중심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끝내기 안타로 이름값을 해냈다.

이승엽은 17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재개된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풀리그 중국과 2차전 연장 11회말 승부치기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쳐내고 팀 승리를 이끌었다.

자칫하면 흐름이 넘어가기 쉬운 승부치기 상황이었던 데다 앞선 9회와 10회에도 나란히 주자를 3루로 보내고도 점수를 내지 못했던 한국이었기에 끝내기 득점은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이승엽은 이에 보답하듯 중국의 에이스 격인 루지엔강을 상대로 가볍게 방망이를 휘둘러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로 연결하고 답답한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붙박이 4번 타자인 이승엽은 이날 경기 전까지 13타수 1안타와 타점 1개에 그치며 영문도 모를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상대 투수들은 이승엽의 장타를 두려워해 정면 승부를 피하면서 나쁜 공으로만 승부를 겨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데다 안타 갈증으로 성급해진 이승엽은 연신 삼진과 범타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승엽은 끝내기 안타로 그동안 자신에게 몰려 있던 기대에 부응하는 한편 언제든지 결정적일 때는 한 방을 쳐낼 수 있다는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국은 22일 시작될 4강 토너먼트를 사실상 예약했지만 이승엽을 포함한 타선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매 경기 어려운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승엽이 안타를 계기로 살아나 본선에서 만날 강팀들과 경기에서 제 몫을 해준다면 막강한 투수력을 갖춘 한국은 어느 때보다 메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승엽은 "국내에 있을 때 까지만 해도 밸런스가 나쁘지 않았다"며 "그런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베이징에 오고 나서 무너졌다. 연습 부족인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손가락 부상도 괜찮고 정신적인 부담도 항상 느껴오던 것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며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일단 오늘 안타가 컨디션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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