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꽃은 금,은,동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메달이다. 피나는 노력끝에 수 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준다.

그러나 올림픽이 더욱 감동적인 것은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국가를 대표해 최선을 다한다는 자부심, 부당한 관습과 편견에 싸워 이기겠다는 결기 그리고 현재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로 뭉친 꼴찌들의 투혼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깊이 패인 전쟁의 상흔을 딛고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전광판 기록에서 항상 맨 뒤쪽을 차지했지만 이들에게 쏟아진 관중의 박수 소리는 어느 선수들보다 컸다.

소말리아의 대표로 여자 육상에 출전한 사미아 유수프 오마르(17).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특별초청 자격으로 참가한 오마르는 19일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진행된 여자 200m 예선에서 32초16이라는 기록으로 전체 46명의 선수 중 꼴찌를 차지하며 예선 탈락했다. 다른 선수들과 7~10초 가까이 차이가 났다.

그러나 관중들은 박수 갈채로 그녀의 용기에 찬사를 보냈다. 여성이기 때문에 짧은 바지를 입는 올림픽에 나가서는 안된다는 군벌의 위협도 내전으로 피폐해진 조국 소말리아에 희망의 싹을 틔우고 싶다는 한 소녀의 의지를 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라크 여자 육상 선수 다나 후세인 압둘라자크(22)의 도전도 세계인의 가슴에 큰 울림을 가져왔다.

트랙에서 자신을 겨눈 저격수의 총알을 피해 뛰는 사연이 3월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던 그는 16일 열린 여자 100m 예선 1회전에서 12초36으로 개인 최고 기록을 작성했으나 2조 6위에 그쳐 2회전 진출이 좌절됐다.

그렇지만 그는 조국을 대표해 뛰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자부심을 느꼈고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역시 IOC의 특별 초청으로 대회에 참가한 이라크 조정팀도 정작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님을 보여줬다.

참혹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올림픽 무대까지 나선 이들은 11일 조정 남자 더블스컬 예선 및 패자부활전에서 `예상대로' 1위팀에 무려 30초 가까이 뒤지는 기록으로 꼴찌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은 "올림픽 참가 자체가 이라크 국민에게 중요한 일"이라며 "이라크의 좋은 면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관중들의 박수 갈채에 답했다.

여성의 사회 활동 억압이라는 장애물마저 뚫고 올림픽에 출전한 아프가니스탄의 로비나 무키마이야르(22)는 이날 부르카(머리와 얼굴을 가리고 눈만 보이게 한 옷)를 걸치고 주경기장 트랙을 힘껏 달렸지만 참가 선수 85명 꼴찌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챔피언으로 이 곳에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말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적셨다.

한국 선수들의 `꼴찌 투혼'도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한국 카누 사상 처음으로 와일드 카드가 아니라 자력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이순자(30.전북체육회)는 19일 여자 카누 1인승(K-1) 500m 예선에서 1분58초14의 꼴찌 기록으로 예선 탈락했다.

그러나 이순자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큰 경기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가는 것 같아 꼴찌지만 만족스럽다"며 "작은 목표부터 차츰 차츰 높여나가면서 계속 카누를 즐기고 싶다"며 자신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도로 사이클의 간판 박성백(24.서울시청)은 사이클 남자 개인도로에서 7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출전선수 90명 중 꼴찌나 다름없는 88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남자 개인도로전에 나선 그는 중간에 수 없이 찾아온 포기의 유혹을 이겨내고 완주해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역도 남자 69kg급 경기에서 갑작스럽게 다리에 쥐가 나 바늘로 십 여차례 자신의 다리를 찔러가며 도전했던 이배영은 결국 실패했지만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았던 그의 투혼은 10억 중국인들마저 감동시킬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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