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22)가 베이징올림픽 남자 100m-200m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하는 등 육상에서만 금메달 4개를 따내자 자메이카가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

로이터통신은 21일 킹스턴발 기사에서 베이징 영웅들의 활약으로 자메이카가 온통 잔칫집 분위기이며 이번 쾌거가 그동안 나빴던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6일 볼트가 100m에서 우승했을 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한 브루스 골딩 자메이카 총리는 "볼트는 초능력을 가진 존재다. 지금까지 세계는 그와 같은 선수를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어 "볼트는 신체적인 조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자신감을 소유했고 이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잘 아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올리비아 그란지 체육부 장관도 "우리 육상 선수들은 세계 최고다. 자메이카는 세계 최고의 단거리 선수 육성 공장"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볼트의 고향 트렐러니에서는 산불이 번지듯 파티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그의 2관왕을 축하하기 위해 몰려나온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2시간 이상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데니스 시브라이트 트렐러니 상공회의소 소장은 볼트의 우승으로 트렐러니가 얌(자메이카산 특산 마)와 관광지로 잘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카리브해 북부에 자리 잡은 인구 280만명의 소국 자메이카는 레게 음악과 작가 이안 플레밍이 첩보소설 007 시리즈의 영감을 얻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지금은 가난과 끊임없는 범죄로 악명이 높다. 국제연합(UN)은 마약 거래와 갱단 다툼으로 자메이카의 살인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밝혔다.

삶의 조건은 열악하나 볼트를 비롯한 남녀 육상 선수들이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모습에 자메이카 국민은 모처럼 시름을 잊고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금메달리스트들도 팔을 걷어 붙였다.

20일 여자 400m 허들에서 우승해 자메이카에 육상 4번째 금메달을 안긴 멜라니 워커는 우승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제발 우리나라에서 범죄가 그만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특히 우범지대인 맥스필드 지역에서 더 이상 총격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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