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일류국가 미국이 21일 베이징올림픽에서 씻기 힘든 치욕을 맛봤다.

육상과 소프트볼 등 최강의 입지를 구축했던 강세 종목에서 치명타를 맞았다. 나가는 대회마다 금메달을 휩쓸었던 태권도 로페즈가(家) 선수들은 금메달 일보 직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번 대회에서 종합 1위를 사실상 중국에 내주고 2위로 내려 앉은 미국은 남은 종목에서 금메달을 만회해 격차를 좁히려 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저주'에 할 말을 잃었다.

저주의 시작은 육상에서부터 시작됐다. 연이은 '바통의 저주'가 최강 남녀 400m 계주팀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뭉갰다.

예선 1조서 뛴 남자 대표팀은 트리니다드 토바고와 선두 경쟁을 벌이다 3번 주자 다비스 패튼이 4번 주자 타이슨 게이에게 바통을 넘겨 주던 과정에서 게이가 이를 놓쳐 레이스를 망쳤다.

100m 준결승 5위에 그쳐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게이는 400m 계주에서는 바통을 놓치는 대실수로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4번째로 3관왕(100m, 200m, 400m 계주)을 달성했지만 영화가 불과 1년도 채 못 갔다.

여자부에서도 마지막 앵커 로린 윌리엄스가 3번 주자 토리 에드워즈의 바통을 제대로 손에 움켜쥐지 못해 바통을 뒤로 흘리면서 게임은 끝났다.

남녀 100m, 200m 금메달 4개를 자메이카에 몽땅 내준 미국은 이날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스스로 무너졌고 미국의 단거리 신화는 32년 만에 막을 내렸다.

소프트볼에서도 망신살이 뻗쳤다. 1996년 정식종목이 된 이래 3회 연속 금메달을 땄던 미국이 결승에서 일본에 1-3으로 무너졌다.

올림픽에서 2000년 시드니대회 이후 22연승을 내달리며 천하무적을 뽐냈던 미국 대표팀이었으나 이날 일본의 괴물투수 우에노 유키코의 마구를 넘지 못하고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올림픽에서 당연히 금메달을 따리라 예상했던 미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마크 로페즈-다이애나 로페즈 태권남매도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21일 태권도 남자 68kg급과 여자 57kg급에서 세계 최강인 이들은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에 그쳤다.

이들에게 금메달 2개를 기대했지만 다이애나는 8강에서 아지제 탄리쿨루(터키)에게 1-2로 패했고 오빠 마크는 결승에서 손태진(20.삼성에스원)에게 종료 직전 오른발 앞차기 한 방을 허용, 2-3 역시 1점차로 무릎을 꿇었다.

미국이 이날 놓친 금메달은 최소 2개에서 많게는 6개에 이른다. 스포츠에서 항상 최고를 달려온 미국에 저주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보기 드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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