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2개를 노렸지만..'

미국의 태권도 명문가 로페스 집안의 마크 로페즈(26)-다이애나 로페즈(24) 남매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21일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잇따라 열린 태권도 남자 68kg급, 여자 57kg급 경기에 출전한 오빠 마크와 동생 다이애나는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에 그쳤다.

로페스 집안의 셋째, 넷째인 이들은 국제대회 때마다 각 체급에서 우승을 휩쓴 정상급 선수들이다.

니카라과 출신으로 미국에 정착한 아버지 훌리오 로페즈의 영향을 받아 4남매가 모두 태권도와 깊은 인연을 맺은 이들은 종주국 한국의 영향을 받지 않고 실전 위주의 독창적인 태권도를 구사하며 세계적인 경지에 올랐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이미 금메달을 딴 둘째 스티븐(30)은 이번 대회 80kg급에서 2연패에 도전하고 첫째 진(34)은 미국 태권도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올림픽에 기대도 높아 맏이 진은 경기에 앞서 "금메달 2개를 자신한다"는 포부를 밝히며 야심차게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다이애나가 8강전에서 아지제 탄리쿨루(터키)에게 2-1로 아쉽게 지면서 남매의 동반 우승 희망은 멀어졌다.

패자부활전 2회전에서 베로니카 칼라브레세(이탈리아)를 3-2로 꺾고 동메달을 따냈지만 애초 목표를 이루지 못한 다이애나는 시상식 가장 높은 곳에 선 임수정(22.경희대)를 지켜봐야만 했다.

동생의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지 1시간 만에 결승을 가진 오빠 마크는 동생이 지는 모습을 보고 "동생의 몫을 대신 해주겠다"고 각오를 밝혔지만 손태진(20.삼성에스원)의 종료 직전 터진 오른발 앞차기 한 방에 무너졌다.

한국 태권도를 견제할 가장 큰 일가로 꼽히는 로페즈 일가가 공교롭게도 한국의 태권도 남매에게 일격을 당한 셈이다.

희비가 엇갈린 채 경기를 마친 남매는 이제 22일 둘째 스티븐의 경기를 지켜보게 된다.

다이애나 로페즈는 경기를 마친 뒤 "오빠와 함께 메달을 따 행복하긴 했지만 한켠으로는 가슴이 아팠다"며 "집에서는 셋 모두가 금메달을 딸 거라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일 (스티븐의) 경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