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일본 킬러!'

야구대표팀의 영건 김광현(20.SK)이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 일본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는 눈부신 투구로 한국의 사상 첫 올림픽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22일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준결승전 일본과 경기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8이닝 동안 삼진 5개를 곁들이며 6안타 2실점(1자책)으로 틀어막았다.

지난해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패기넘치는 투구로 일본 타자들을 요리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던 김광현은 이번 대회 풀리그 일본전에서도 5⅓이닝을 던져 삼진 7개와 3피안타 1실점으로 막아낸 데 이어 `일본 킬러'로서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대표팀 막내가 감당하기에는 큰 경기였지만 겁없이 당당한 모습으로 일본 프로야구의 내로라하는 에이스들과 혼자 맞선 일기당천의 기개가 돋보였다.

김광현이 8이닝을 혼자 버티는 동안 일본은 선발 스기우치 도시야에 이어 가와카미 겐신, 나루세 요시히사, 후지카와 규지, 이와세 히토키, 와쿠이 히데키 등 당대 최고의 투수들을 잇따라 마운드에 올렸다.

일본 프로야구를 호령하는 에이스들이 한국 타선을 상대해 차례로 무너지는 동안 김광현은 침착하게 상대 타자들을 하나 하나 잡아나갔다.

공 하나 하나에 혼신을 다하는 듯 공을 던질 때마다 `악' 하는 소리를 지르며 20세 투수다운 기개로 일본 타자들을 압도했고, 140km대 중후반을 넘나드는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조합으로 일본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았다.

풀리그에서 이미 한 차례 속수무책으로 당한 일본은 특유의 치밀한 분석 야구로 김광현을 분석하고 들어왔지만, 안타 6개와 7회 지지 사토의 우익수 플라이를 제외하면 외야로 나간 타구가 없었을 정도로 완벽한 구위에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애초 김광현을 선발로 내면서도 조금만 흔들리면 중간 계투진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가졌던 김경문 감독도 김광현의 완벽한 투구가 이어지자 투수를 바꿀 타이밍조차 갖지 못했다.

김광현은 `일본 킬러'라는 별명을 다시 확인하듯 "별명이 하나 앞으로 더 늘 것 같다"며 "앞으로 일본전에 나가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김광현은 "일본 타자들이 유인구에 안 속고 직구를 노리는 등 준비를 많이 한 티가 났다"며 "하지만 예선때와 달리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투구로 패턴을 바꾼 게 먹혀들었다. 이겨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