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수확한 야구대표팀은 역대 최강의 팀워크를 자랑하며 해외파의 공백을 메웠다.

김경문 호가 출범한 지난해 12월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전부터 지난 3월 올림픽 최종예선, 그리고 올림픽 본선까지 대표팀을 관통하는 핵심어는 다름 아닌 조직력이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를 맡고 있는 김 감독은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에게 "올림픽에서 오직 조직력 하나로 밀고 가겠다"며 선수 선발과 관련한 사실상 전권을 요청했다.

눈에 띄는 슈퍼스타가 없어도 두산을 재임 4년간 두 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던 카리스마를 살려 대표팀을 두산처럼 응집력이 강한 팀으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그는 아시아예선전에서 올림픽 본선 티켓을 일본에 내준 뒤 "이번에는 선수들과 친해진 것에 만족한다. 최종예선에서는 반드시 세 장 걸린 티켓 중 한 장을 따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3월 캐나다에 이어 2위로 올림픽 본선 티켓을 확보한 뒤에는 "진갑용(34.삼성), 손민한(33.롯데) 등 고참이 후배들을 잘 이끌어 줘 팀워크가 너무 좋다. 지금 이대로라면 올림픽에서 메달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목표를 당당하게 밝혔다.

그만큼 김 감독에게 자신감이 생겼다. 두산을 제외한 다른 팀 선수들을 직접 지휘할 기회가 없었지만 두 차례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춘 뒤 선수들의 장단점을 꿰뚫었고 자신의 구상을 수족처럼 잘 따라줄 선수들을 재결집해 올림픽에 나섰다.

이승엽(32.요미우리)의 가세는 화룡점정이었다.

올림픽 본선 때는 손민한이 빠진 대신 김민재(35.한화)가 진갑용과 더불어 큰 형님 노릇을 했다.

김 감독은 김민재가 기량도 좋지만 후배들로부터 덕망 있다는 점을 높이 사 그를 발탁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멤버이기도 한 김민재는 실제 그 위상에 맞는 행동으로 귀감을 샀다.

김민재는 22일 일본을 꺾은 뒤 '집합'을 걸었다. 그는 "일본을 이겨 동메달 이상을 확보했다고 해 풀어지면 2년 전 4강에서 만족하고 말았던 WBC 때와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후배들을 다독였고 선수단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사상 첫 금메달을 향해 끝까지 진군했다.

인터뷰 때 너나 할 것 없이 "선배 덕분이다, 후배들이 잘해준 덕분이다"며 서로 칭찬하기 바빴던 게 이번 대표팀이다. 이진영(28.SK)은 "지금까지 대표팀 중 팀워크는 최고"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표팀의 조직력이 좋은 이유는 또 있다.

하 총장은 3월 최종 예선부터 매 경기 2천달러씩 인센티브를 걸고 수훈 선수에게 줬다.

올림픽 본선 풀리그에서는 매 경기 3천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준결승전과 결승전 때는 5천달러로 또 올렸다. 적당한 당근책으로 선수들의 동기를 유발할 심산이었다.

하 총장은 "돈을 그렇게 걸었는데 수훈선수를 뽑을 수 없다고 선수들이 말했다. 너도 나도 다들 잘 새서 수훈선수를 콕 집어내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돈은 차곡차곡 모아 나중에 24명이 동등하게 나눈다고 하더라"며 선수들을 기특하게 여겼다.

김경문 감독 또한 코칭스태프와 음지에서 뒷바라지에 열성인 KBO, 대한야구협회 실무직원 챙기기에 소홀하지 않았다.

김 감독 또한 격려금이 나왔을 때 '다 같이 노력해 얻은 결과'라며 동등한 액수로 선수단은 물론 실무 직원들도 배려하는 폭넓은 마음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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