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8.삼성전자)가 마지막 출전이 될 올림픽 마라톤에서 끝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

이봉주는 24일 오전 톈안먼 광장을 출발해 주경기장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으로 들어오는 42.195㎞ 풀코스에서 진행된 베이징올림픽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 2시간17분56초로 28위에 그쳤다.

이봉주는 개인 통산 39번째 완주에 성공했지만 초반부터 속도전을 주도한 아프리카 건각들의 페이스에 완전히 밀려 줄곧 40위권에 처졌다 체력을 앞세운 막판 스퍼트로 순위를 만회했다.

개인 최고기록인 2시간7분20초에는 10분 이상 늦었다. 이봉주는 '100일 프로젝트'로 체력과 스피드를 최상으로 키웠으나 아프리카 철각들의 페이스를 도저히 따라잡지 못했다.

이봉주의 뒤를 이을 기대주 이명승(29.삼성전자)은 2시간 14분37초로 18위를 차지해 이날 출전한 한국 선수 3명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김이용(35.대우자동차판매)은 2시간23분57초로 50위를 기록했다.

이명승은 6월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두 차례 하프마라톤에서 1시간4분18초, 1시간7분18초를 뛰어 이봉주보다 기록이 좋았고 올림픽에서도 히든 카드로 평가 받았다.

선선한 날씨 속에 치러진 17일 여자마라톤 때와 달리 이날 남자 마라톤은 기온 24℃, 습도 52%의 다소 건조한 날씨 속에 진행됐다.

기온은 높지 않았으나 태양이 일찍부터 작열했고 특히 바람이 불지 않아 선수들은 무더위를 체감하며 레이스에 임했다.

8시30분 스타트 총성과 함께 일제히 톈안먼 광장을 출발한 건각들은 5㎞ 지점부터 선두 그룹과 후위 그룹이 큰 격차로 벌어지면서 일찍부터 순위 경쟁을 시작했다.

아쉽게도 이봉주는 10㎞ 지점에서 후위그룹으로 잠깐 모습을 드러냈을 뿐 이후 TV 중계 카메라에서 사라졌다.

첫 5㎞를 15분3초를 뛰어 44위로 통과한 이봉주는 10㎞(30분42초.43위), 15㎞(46분58초.46위), 20㎞(1시간03분05초.44위) 등 좀처럼 순위를 따라잡지 못하고 40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다 승부처로 삼은 35㎞ 지점에서 1시간53분51초로 33위로 순위를 끌어 올렸고 막판 끈기를 발휘해 20위권대로 레이스를 마쳤다.

처음 출전했던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2시간12분39초로 은메달을 땄던 이봉주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24위(2시간17분57초),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14위(2시간15분33초)에 올랐다.

이명승 역시 초반에는 30위대에 머물렀지만 반환점을 돈 뒤 이봉주보다 스퍼트를 빨리 내기 시작했고 35㎞ 지점에서 1시간50분29초로 21위로 올라선 뒤 40㎞ 지점부터 18위를 유지한 끝에 그대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코스가 평탄해 더위가 변수가 됐지만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레이스에 나선 아프리카 건각들에 밀려 한국 마라톤 3인방은 극적인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끌려가는 레이스를 펼쳤다.

한편 케냐의 사무엘 완지루(22)가 2시간6분32초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런던마라톤에서 2시간5분24초의 우수한 기록으로 2위를 차지한 그는 이날 10㎞ 지점부터 선두권을 형성한 뒤 끝까지 레이스를 주도했고 37㎞ 지점부터 독주한 뒤 여유 있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1984년 LA 올림픽에서 카를로스 로페스(포르투갈)가 작성한 올림픽 기록(2시간9분21초)을 무려 3분 가까이 앞당겼다.

자우아드 가리브(36.모로코)가 2시간7분16초로 은메달을, 에티오피아의 체가이 케베데(21)가 2시간10분00초로 동메달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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