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전에서 대표팀의 금메달 가도를 마지막에 가로 막았던 건 구심 카를로스 레이 코토의 엿가락 같은 스트라이크 판정이었다.

3-2로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9회 말 마지막 수비.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선발 류현진을 계속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8회까지 단 한 명의 선두 타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던 류현진이 헥토르 올리베라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무사 1루가 되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후속 타자의 보내기 번트로 만든 1사 2루에서부터 레이 코토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이 갑자기 좁아졌다.

바깥쪽 직구와 몸쪽에 떨어지는 슬라이더,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쿠바 핵타선을 2점으로 틀어 막았던 류현진은 역시 비슷한 패턴으로 상대 4번 타자 프레데리히 세페다와 맞섰다.

류현진은 잇달아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스트라이크를 뿌렸으나 웬일인지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경기 후 류현진도 "8회까지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던 공도 9회 되니 이상하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류현진은 결국 세페다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완벽한 제구를 자랑하던 류현진의 첫 볼넷이었다.

1사 1,2루에서 7회 자신으로부터 솔로 아치를 때렸던 알렉세이 벨과 대결은 가관이었다.

레이 코토 구심은 볼 카운트 2-1에서 바깥쪽에 연속으로 꽂힌 스트라이크를 연속 볼로 판정했다. 풀카운트에서 마지막 볼은 화면상으로도 영락없는 스트라이크였지만 레이 코토 구심은 요지부동이었다.

메달 시상식을 위해 관전하던 3위 미국 선수들도 허탈한 웃음을 지었을 정도였다.

참다 못한 포수 강민호가 볼을 오랫동안 쥐고 있으면서 항의성 제스처를 취하자 레이 코토 구심은 공을 빼앗으려 했고 강민호가 "로 볼?(Low ball.볼이 낮았냐)고 묻자 갑자기 레이 코토 구심은 강민호를 퇴장시켰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레이 코토 구심이 '로 볼'을 '노 볼'(No ball.공을 안 주겠다는 의미)로 들었는지 오직 그 자신만 알 수 있다. 스트라이크 판정도 볼만 했지만 선수를 퇴장시키는 장면 또한 혀를 찰만한 했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프로 선수들이 나오는 대회에 자질이 떨어지는 아마추어 심판이 경기를 진행하는 일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보다도 레이 코토 구심이 쿠바와 같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이었다는 점에 있다.

강민호는 "쿠바 타자들과 구심이 스페인어로 서로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언젠가 장난을 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면서 "딱 한마디 했는데 퇴장 명령을 내려 너무 참을 수 없어 마스크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는 19명의 심판이 참가 중으로 국제야구연맹(IBAF)이 결승전에 미국,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네덜란드 등 여러 국적 심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레이 코토 구심을 이날 구심으로 배정했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다행히 구원 나온 정대현(30.SK)이 1사 만루 절체절명 위기에서 예리한 슬라이더로 율리에스키 구리엘을 유격수 병살타로 잡아내 대표팀은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대표팀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준결승에서 두 차례나 심판의 오심을 범하는 바람에 미국에 결승 티켓을 내주고 동메달에 머문 아쉬운 기억이 있었다.

이날도 경기 막판 심판이 또 한번 스트라이크로 대표팀을 흔들려고 했으나 대표팀은 실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한국 야구가 정말 발전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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