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오래된 꿈이 많다. 달에도 가고 싶었고 올림픽도 개최해 '중국판 르네상스'를 세계에 알리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 꿈들이 하나 하나씩 실현돼 나가자 중국인들은 가슴 벅차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달 탐사위성인 '창어(嫦娥) 1호'를 발사해 1천년 꿈을 이룬데 이어 24일 끝난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개최 100년의 꿈을 이뤘다.

베이징올림픽은 7년간의 철저한 준비를 통해 경기장.시설, 경기 운영. 자원봉사자, 대기오염 개선 등 여러 면에서 대성공을 거둔 것이 틀림없고 중국은 메달순위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아시아는 일본, 한국에 이어 중국에서 개최된 3번째 올림픽에서 서구 중심이던 올림픽 모드에서 중심축의 하나로 떠올랐다.

올림픽은 그리스에서 시작된, 서양 문화의 정수의 하나이다. 그렇다면 지난 150-160년간 서양 문화에 주눅들었던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이런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서양 문화의 정수의 하나를 완전히 소화해 내 것으로 체화했는가?

베이징올림픽의 개.폐회식을 보면 그 가능성이 상당히 열려 있음이 읽혀진다.

이른바 '중국식 특색'이 개.폐회식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종이, 인쇄, 화약, 나침반 등 세계 4대 발명품과 중국의 5천년 속에서 개방을 통한 황금시대들이 소개됐다.

이런 전통 문화는 첨단 과학기술들과의 결합 속에서 전 세계에 화려하게 소개됐다. 개.폐막식 총 연출을 맡은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의 의도는 최소한 중국 전통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감이 잡혔다.

개.폐막식에 나타난 중국 전통 문화의 기본 개념은 화합을 강조한 천원지방(天圓地方)과 천인합일(天人合一)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개념아래 중국이 황금시대를 구가했던 동력들이 소개됐다. 한(漢)나라 때 실크로드를 연 장건(張騫)과 명(明)나라 초기 영락제(永樂帝)때 7차 해외 원정을 통해 아프리카까지의 해상 루트를 개척한 정화(鄭和)등이 개방의 영웅들로 떠올랐다.

당(唐)나라는 국가 전체 무드가 개방적이기 때문에 구태여 한 영웅을 내세울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오늘날 최근 서구에 당했던 치욕과 수모를 씻고 위대한 중화부흥의 기치를 내세운 영웅은 누구인가?

개.폐막식에서는 누구라고 밝히지 않고 넘어갔지만 이는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일이다. 개인적으론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고 그 뒤에는 공산당이 있다. 공산당은 개혁.개방 30주년을 맞아 대외적으론 중국판 르네상스의 화려한 개막, 대내적으로는 공산당의 영도력을 과시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여전히 연출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폐막식에서는 다소 자유롭고 축제다운 분위기가 있어서 관중과 TV 시청자들이 그다지 지루하고 따분하지는 않았다.

개막식은 그러나 5천년 역사를 3시간 여의 짧은 시간속에 시각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중압감 탓인지 화려하기는 하되 다소 산만하고 개념을 파악하기가 어려워 관중과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두기 어려울 때가 꽤있었다.

중국식 인해전술이 집단 체조에 반영됐고, 이를 SF 공상 과학 영화에 접목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특히 서양 관중들은 중국식 집단 체조의 규모에는 감탄했으되 감동은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문화의 특징은 단순과 소박이라고 할수 있다. 반면에 개.폐회식에는 화려하고 규모는 크되 가슴속에 영원히 남는 메시지는 없었다. 중국의 5천년 역사와 문화에는 분명히 그런 심금을 울리는 것들이 많았을 텐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