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일본·쿠바전 연일 홈런 맹타…부진 탈출 신호탄

지난 22일 베이징 우커송 스포츠센터 야구장에서 열린 올림픽 야구 한국 대 일본전 8회말 1사 주자 1에서 이승엽이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

'천운을 타고 난 사나이' 이승엽(32)이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에서 딴 금메달의 힘으로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야구대표팀의 극적인 우승으로 26일부터 재개되는 프로야구가 흥행에서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표팀 주포였던 이승엽의 활약 여부도 관심을 끈다.

이승엽은 올림픽에서 내내 잠잠하다 22일 일본과 준결승, 23일 쿠바와 결승에서 잇달아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 홈런을 작렬시키고 '해결사'로 부활을 선언했다.

본선 풀리그에서는 22타수3안타로 초라했지만 대표팀이 절체절명에 몰린 순간 전매특허인 대포를 뿜어내 슈퍼스타다운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벌써 몇 번인지 모를 정도로 때가 되면 이승엽이 써가는 '반전 드라마'에 팬은 물론 야구에 그다지 관심이 덜했던 이들도 깊은 감동과 환희를 만끽했다.

"9전 전승으로 꼭 우승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그토록 바라던 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건 이승엽은 27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생존 게임을 벌여야 한다.

그는 "일본으로 돌아가면 또 2군 생활을 해야 할 것 같다. 2군에서 열심히 훈련한 뒤 1군의 부름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왼손 엄지 인대를 수술한 이승엽은 타격 부진으로 4월14일 2군에 갔다 100여일 만인 7월25일 1군에 올라왔고 5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왼손 투수가 나올 때는 3루수 니오카 도모히로에게 선발 출장을 양보하는 등 '플래툰 시스템'으로 기용돼 향후 출장 여부가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이승엽이 빠진 사이 요미우리에서는 알렉스 라미레스가 주포의 자리를 꿰찼고 타율 0.319를 때리고 홈런 33개에 93타점을 올리며 맹활약 중이다.

또 1선발 세스 그레이싱어를 필두로 에드워드 번사이드, 마무리 마크 크룬까지 3명의 용병투수가 제 몫을 해주고 있어 1군 엔트리 용병 쿼터(4명)가 제한된 상황에서는 이승엽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그래서 일본 언론은 당장 이승엽이 팀에 복귀하면 주전 경쟁부터 치러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이승엽은 마음은 급하지만 조용히 2군에서 때를 기다리겠다는 자세다.

이승엽은 올림픽에서 타격이 부진했을 때 "정말 내 맘대로 타격 훈련을 하고 싶지만 훈련 시간이 정해진 만큼 내 고집만 피울 수는 없었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일본전에서 최고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이와세 히토키(34·주니치)로부터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결승 투런포를 뽑아내고 쿠바전에서도 1회 결대로 밀어 좌측 스탠드에 꽂히는 2점 아치를 그리면서 이승엽은 일단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홈런에서 해답을 찾은 그에게 남은 숙제는 좀 더 자신감을 회복해 집요한 일본 투수들을 넘는 일만 남았다. 어차피 정규 시즌이 끝나가는 만큼 포스트시즌에서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끄는 것만이 이승엽이 할 수 있는 최대 몫이다.

정규 시즌을 팀당 37-40경기씩 남겨둔 가운데 요미우리는 선두 한신 타이거스에 8게임 뒤진 센트럴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3위 주니치와는 3.5게임차다.

한신은 매직넘버 30을 남겨둬 요미우리는 역전 우승은 힘들어졌다.

올림픽에서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렸듯, 이승엽은 포스트시즌에서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끄는 홈런을 때릴 수 있도록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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