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내연산 '보경사~연산폭포' 청하골 코스-포항

영화 '가을로' 촬영지로도 유명한 내연산 관음폭포.

여름철 트레킹의 최적지라는 전국적 명성을 증명하듯 포항 송라면의 내연산은 27일 평일에도 계곡과 나란히 난 오솔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경남 합천에서 왔다는 김분이(56) 씨는 "3년 전 가을에 와 이곳의 단풍에 반했는데 여름에 와도 나무그늘이 끊이지 않아 이만한 곳이 없다"며 땀을 훔친다.

내연산 트레킹은 입구에 있는, 신라 진평왕 25년 지명법사가 창건했다는 보경사로부터 시작된다.

내연산 '보경사~연산폭포' 코스 경사로는 나무계단으로 말끔하게 정리되어 노약자들이 오르기에도 무리가 없다.

내연산에는 등반코스도 많이 개척돼 있지만 트레킹 코스로는 보경사~연산폭포 구간의 왕복 1시간 40분 정도의 청하골 코스가 가장 선호된다.

길은 가파르지 않아 노약자들에게도 큰 부담이 없다. 1~2년 전과 달리 곳곳에 보호대를 설치하고 험한 곳에는 나무판으로 멋진 길을 냈다.

하지만 부드러운 흙길은 적고 대부분의 구간이 큰 자갈과 돌, 나무뿌리 등이 튀어나와 있어 구두를 신고 걷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1급수 물에만 산다는 내연산 계곡 버들치떼.

이 코스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계곡이다. 맑은 물에 하얗게 드러난 바위 계곡이 아무리 봐도 지겹지 않은 새로운 풍경들을 만들어 이어진다.

보경사를 지나자마자 계곡이 시작되는데 맑은 물과 자갈, 바위로 이루어진 시원한 전경에 곧바로 카메라로 손이 간다.

하지만 이곳을 안내하던 포항시청의 김필호 씨는 "이보다 멋진 곳이 수도 없이 많다"며 기대감을 높인다.

내연산 계곡에는 모두 12개의 폭포가 있어 모두 아름다운 풍광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때문에 걷는 피로는 덜 하지만 경치구경 하느라 코스 왕복 시간은 많이 걸린다.

내연산이 여름철 트레킹의 최적지인 것은 바로 이곳에 폭포가 많아 어느 곳보다도 시원하기 때문이다.

이 코스에는 제일 먼저 만나는 상생폭포를 비롯, 보현폭포, 삼보폭포, 잠룡폭포, 무풍폭포, 관음폭포, 연산폭포 등 7개의 폭포가 이어진다.

모두 하나같이 저마다의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상생폭포는 두 개의 폭포가 정답게 떨어지며 보현폭포는 넓고 낮게 떨어지면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삼보폭포는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 절벽이 장관을 이룬다. 다른 곳들과 달리 바위들이 모두 수직으로 빙 둘러 서 있는 것이 마치 물 속에서 목욕하는 선녀를 가려주려고 그렇다는 전설이 생길 법도 하다.

코스의 마지막 지점은 관음폭포와 연산폭포. 정말로 절경이 정점을 이룬다.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푹 쉰 다음 다시 내려가기 때문에 트레킹 코스 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 그래서 인공적으로 콘크리트 다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것이 쉬기에 편한 것은 좋지만 폭포의 풍광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인상적인 것은 이곳의 물 속에 있는 버들치떼. 아주 많은 수의 버들치들이 소복이 모여 있어 이를 구경하느라 사람들이 북적인다. 녀석들은 사람들이 던져주는 먹이에 익숙해 져 사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사람이 있는 곳으로 모여든다. 수많은 폭포가 있는데 이 높은 곳까지 어떻게 거슬러 올라왔는지, 이 맑은 물에서 무엇을 먹고 사는 지 경이감을 자아낸다.

관음폭포의 버들치들이 노는 물을 보호하는 것은 큼직큼직한 구멍들이 많이 나 있어 신비감을 주는 바위절벽.

이같은 뛰어난 풍경이 곳곳에 있기에 이 코스는 김대승 감독, 유지태·김지수 주연의 영화 '가을로'의 주무대가 됐다.

계곡의 절경을 구성하는 것이 맑은 물과 바위 뿐만은 아니다. 소나무가 또 있다. 계곡은 물론 골짜기 전체를 덮고 있는 이곳의 소나무들이 모두 보통 인물이 아니다.

쭉쭉 뻗은 울진·봉화의 금강송과는 다른 운치와 기품이 있다. 어떤 놈은 계곡을 바라보며 가지를 뻗어 바람소리와 함께 일렁이고 어떤 놈은 아찔한 바위 절벽 위에서 허리손을 한 채 늠름하게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절벽 한 가운데서 아예 하늘만 쳐다보고 치솟는 놈들도 많다.

굽은 놈은 굽은 대로, 곧은 놈 곧은 대로 모두 위엄 있는 낙락장송이다. 붉고 미끈한 몸매를 가진 이 소나무가 없다면 내연산의 여름 산행은 매력이 반으로 줄 것이다. 내연산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는 이 소나무는 특히 겨울철에 이곳의 풍광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 것이다.

코스의 맨 끝에 있는 연산폭포는 바로 아래 관음폭포의 형이다. 이번 여름 제법 내린 비로 물이 많이 불었다. 때문에 아래로 떨어지는 동작이 힘차고 소리는 우렁차다.

트레킹 코스는 이곳에서 끝나지만 연산폭포, 관음폭포 뒤로 난 길로 계속 올라가면 이 때부터는 트레킹이 아닌 등반을 해야 한다.

연산폭포 잇는 구름다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한 번 어지럼을 탄 후 내려가는 코스로 접어든다.

이곳에 자주 온다는 포항시의 손형주 씨(62)는 "가을철 만산홍엽으로 가득한 내연산의 경치는 지금보다 더욱 뛰어나다"며 "가을에 꼭 한 번 와보라"고 권한다.

이곳에 와서 시간이 있다면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동양최대 규모라는 경북도수목원에 들른다면 1석2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 가는 길

1. 대중교통: 포항종합버스터미널에서 보경사행으로 하루 15회 버스 운행.

2. 자동차: 동해안 7번국도 영덕·울진방면-포항시 송라면 소재지-4km-보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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