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인터뷰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원전 건설은 고부가가치 기술집약적 사업으로 그 파급효과 또한 매우 크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꽃'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

이번 한전 자회사 CEO 인사에서 재신임을 받은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주)사장(사진)은 원전분야에서는 배테랑으로 불린다. 그는 오는 2030년까지 전세계에 약 150여기, 300조원 규모의 원전이 신규로 건설될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앞으로 세계는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사장은 또 경주시민들이 유치운동에 나선 방폐물관리공단에 대해서는 "이미 발족된 공단설립추진위원회에서 많은 검토과정을 통해 공단사옥의 입지가 결정된다"고 언급했다. 최근 김사장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원전과 관련된 국내 및 국제적 변화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수력원자력(주) 월성원자력본부 전경.

―세계 상당수 국가에서 고유가와 기후변화의 필수적인 핵심대책은 원전건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원자력에너지의 전망에 대해 얘기해 주십시오.

지구촌 이곳, 저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이 심각한 실정에 처해 있습니다. 심지어 남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나라인 투발루는 해수면이 상승해 수십년 안에 나라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은 온실가스인데, 온실가스 중에서 이산화탄소가 주범입니다.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의 키는 바로 이산화탄소 감소인데, 이것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가 있습니다.

지난 3월 4일 한국수력원자력(주)과 중국 광동화전공정총공사(GPEC)은 1,550만달러(약 148억원) 규모의 기술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전력을 생산할 때 원자력발전은 유연탄 사용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분의1에 불과하며, 친환경에너지로 각광받는 태양광 발전에 비해서도 3분의1 수준에 그칩니다. 원자력발전은 최고의 친환경상품인 셈이죠. 전력 1kWh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자력이 37원인 반면 태양광발전 716원, LNG는 무려 132원으로 원자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고유가로 인플레이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고유가 시대 대안은 무엇입니까.

소비는 증가하는데 생산은 그대로라면 당연히 유가는 오르겠지요. 예컨대 오일 피크 포인트(Oil Peak Point)가 지났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생산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자원 의존성이 낮고 기술 의존성이 높은 원자력에너지를 적극 수용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웃 일본은 두 차례 오일쇼크 이후 꾸준히 다가올 에너지위기에 대비, 현재 55기의 원전을 운전 중이고, 오는 2016년까지 9기를 추가로 건설하려 하고 있습니다. 고유가 시대에도 일본은 1%대의 낮은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원전 덕분이라고 할 수가 있지요.

우리나라는 오는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중과 신재생에너지 보급비율을 확대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지금 우리는 하루빨리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오일쇼크 대응능력을 키워야만 합니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도 소홀해서는 안 됩니다. 임시저장시설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 역시 2016년이면 포화상태가 될 전망이어서 하루 빨리 중간저장시설 및 최종처리방안에 대한 공론화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한수원에서도 해외진출사업에 많은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의 추진현황에 대해서 설명해 주십시오.

원자력 해외사업은 1993년5월 중국 광동원전 운영정비 기술지원을 수행하면서 처음 시작 하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터키와 루마니아,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남아공, 모로코 등을 대상으로 한국형 원전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나라는 원전 20기를 운영하는 세계 6위의 원전 보유국으로 최고 수준의 원전 운영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더 나아가 리히터 규모 7의 지진에도 견딜수 있는 설계와 안전성과 경제성을 구비한 1,400MW급 3세대 신형 원자로인 APR1400을 개발함으로써 경쟁력있는 우수한 원전 상품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월성원전 건설과 운영을 통하여 700MW급 중수로 원전의 설계, 기자재 제작, 시공, 시운전 및 운전기술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원전건설과 운영수준은 세계 일류입니다. 반도체에 비유하자면 삼성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31일 방폐장 건설 및 운영허가를 받았습니다. 건설허가가 다소 늦어진 걸로 아는데 앞으로 방폐장과 관련해 추진사항에 대해 알려 주십시오.

금년 7월31일 방폐장 건설·운영허가를 취득함에 따라 8월1일부터 본격적인 주설비 공사에 착수했습니다.

당초 목표 대비 7개월여 허가가 지연되긴 했지만 공사가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어 1단계 시설공사가 6개월 정도 순연된 2009년1월 중에 시범운영을 시작, 2010년 6월말 경 준공 예정으로 정부 관련부처와 협의 중에 있습니다.

주설비공사는 지하시설과 지상시설 공사를 병행하게 되는데 지하시설로는 지하 80~130m까지 파고 들어가 높이 50m, 지름 23.6m의 커다란 수직원통형 지하처분고(사일로)와 건설동굴, 운영 동굴 등이 자리 잡게 됩니다.

지상 210여만㎡ 부지에는 인수저장 시설, 폐기물건물, 지원건물 등을 비롯해 수목원, 테마광장, 전망대 등을 설치해 그 자체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여 건물 외벽부터 모든 시설에 친환경 개념을 도입, 관광 명소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한수원 본사 이전과 방폐장 건설이 한창인 경주에서 방폐물관리공단 건설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경주시민의 욕구를 충족시킬수 있는 방안이 없습니까.

방폐물관리공단은 관련법에 따라 2009년 1월 설립될 예정입니다.

현재 공단설립을 위한 공단설립추진위원회(위원장 지식경제부 2차관)가 발족되어 운영 중에 있고, 여기서 많은 검토과정을 통해 공단사옥의 입지가 결정되리라고 봅니다.

최근 경주시민들이 성명서 발표, 집회 개최 등으로 공단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고, 일부 경북지방 언론에서도 경주유치 여론을 보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수원에서는 현재 공단설립과 관련된 인력 및 관련업무 이관을 착실히 준비 중에 있습니다.

- 올 해로 원자력발전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원자력 전문가로서 남다른 감회를 느끼실 것 같은데 그동안 느낀 점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십시오.

지난 1972년 한전에 입사한 이래 파리사무소장과 원자력기술실장, 해외사업처장 등을 두루 역임했습니다.

특히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 고리발전소 건설에 6년간 건설현장을 진두지휘하며 고리 4호기까지 완공을 하기도 했습니다.

발전기술을 비롯한 대부분의 고급기술들은 미국 웨스팅하우스 사가 담당했고, 우리나라는 사택을 짓고 모래와 자갈 등을 운반하는 지극히 초보적인 인력만 제공했지요. 당시 미국의 기술자들은 생수조차 직접 공수해 마실 정도로 우리나라를 무시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깨 넘어 습득한 기술을 점차 집약하여 발전시킴으로써 현재는 원전기술 자립화 기반을 구축하는데 일익을 담당한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편 김 사장은 "매사진선(每事盡善), 즉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한국의 우수한 원전 기술이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좌우명"이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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