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훈기자

대구 동구보건소가 8일 신축 건물 1층에 일반음식점을 운영키로 한 계획을 철회했다. 동구의회 등의 들끓는 반대 여론(본보 7일자 8면 보도)을 받아들인 셈이다.

일단 비판을 수용하고, 뒤늦게나마 잘못된 행정을 바로 잡은 것은 환영할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당초 계획대로 접근성과 환경이 좋은 1층에 주민에게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진료실, 한방진료실 등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동구보건소는 엉뚱한 발상으로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일반음식점을 입점 시키기 위해서 기존 설계를 바꾸고 공사를 진행했는데, 당연히 이를 다시 원상 복구하려면 시간과 인력, 어쩌면 돈도 들어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동구보건소는 지난달 25일 일반음식점 사용허가 입찰 공고까지 냈었다. 지난 6일 마감결과 다행히(?) 사업을 해보겠다고 입찰에 응한 업체가 없어서 유찰되긴 했지만, 불필요한 행정력을 낭비했다. 게다가 공고가 중지되면서 행정 신뢰성에 흠집을 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동구보건소는 오는 20일 이전하는 신축 건물에 환자와 내방객 편의를 위해 일반음식점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인근 대형 병원 로비에 제과점, 휴게음식점 등의 편의시설 있다는 점을 착안한 것. 여기다 열악한 구청 재정상황을 해결해 보자는 얄팍한 타산도 내재돼 있었다. 임대사업을 통한 수익창출로 예산절감 효과를 거두겠다는 계획이었다.

나름 좋은 생각이었다고 판단했겠지만, 이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처사였다. 보건소는 보건소 역할에 충실할 때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돈 외에도 진료서비스를 통한 보이지 않는 주민만족도 등 무형의 가치를 분명 창출할 수 있다. 이것은 절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일은 가장 기본적인,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본연의 임무를 간과하면서 빚어진 해프닝이다.

어찌됐건 동구보건소는 일반음식점 입점 계획을 철회하고 원래대로 이전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는 동구보건소에 박수를 보낸다. 부디 새 건물로 이전하는 동구보건소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열정으로 새롭게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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