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목기자

축구팬들이 '왜 아직 축구를 사랑해야 하는가'라는 궁극적인 의문을 제시한 심판의 무소신·무원칙 경기가 또 벌어졌다.

바로 5일 열린 FA컵 8강 포항과 성남의 경기다.

이날 경기는 FA컵 우승을 위해 두팀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고 포항과 성남이라는 전통라이벌간의 격돌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성남은 포항을 상대로 최근 7경기째 승을 따내지 못해 포항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심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이날 주심은 양팀 선수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판정으로 실망시켰다.

특정팀에 대한 편파적 판정을 떠나 이날 주심의 경기운영은 프로와 아마추어팀 모두가 벌이는 축구축제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관점에 따라 홈팀 포항에 유리한 판정과 경기흐름을 순식간에 끊어버리는 휘슬이 많이 나왔다.

전반 6분 만에 옐로카드가 나올 만큼 경기가 과열됐다면 주심은 좀 더 엄격한 잣대와 냉정한 판정으로 경기를 진정시켜야 했다.

그러나 오히려 주심은 흥분한 선수와 벤치의 항의에 우왕좌왕하는 판정이 이어졌고 잦은 항의로 경기가 늘어졌으며, 급기야 후반 20분 성남 김영철의 퇴장으로 10분간 경기가 중단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김영철의 퇴장이후 경기내내 계속된 애매한 판정과 스프링클러 오작동으로 불편했던 심기가 터져나온 것이다.

하지만 성남 김학범 감독이 자신의 감정을 자제한 채 10분후에 경기를 재개시켰으나 주심은 경기지연을 이유로 김감독마저 퇴장시켰다.

문제는 현행규정상 경기를 5분이상 지연시킬 경우 퇴장을 명하도록 돼있음에도 가만히 있다가 10분이 지나 김감독이 사태를 진정시킨 뒤 경기를 속행하자 뒤늦게 퇴장을 명한 것이다.

이로 인해 다시 주최측과 성남코칭스태프간 또다른 갈등이 조장됐고, 결국 김감독이 퇴장명령을 수용했지만 경기장의 선수들 역시 흥분이 극에 달해 자칫 큰 부상의 위험까지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주심의 원칙도 소신도 규정도 없는 판정과 융통성없는 조치가 이날 열린 최고의 경기를 최악의 경기로 전락시켰다.

특히 단 한번도 프로리그 1군경기를 뛰어본 적이 없는 주심을 투입한 축구협회의 안일한 자세가 올림픽 예선탈락으로 나락에 떨어진 축구열기를 더욱 차갑게 만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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