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동정수장~건천읍 대천…인내산 발원지 찾아 6차 탐사

형산강 역시 다른 강과 마찬가지로 여러 지류들이 본류와 합친다. 형산강하구~나정교(경북고속도로 경주톨게이트 인근)구간 36km 형산강(국가하천) 인근 지천 중 유역 면적이 비교적 넓은 대천, 남천, 북천, 칠평천, 기계천 등은 행정구역상 천주 지역에서 본류와 합류된다. 포항 서쪽을 흐르는 기계천 역시 합류지점(결절점이라고도 함)은 행정구역상 경주시 강동면 유금리(외팔교 바로 위 마을)다.

이중 가장 윗쪽에 있는 대천(大川)은 경주 서쪽방면인 서면과 건천읍을 거쳐 경주 탑동 정수장(나정교 옆)에서 형산강 본류와 합류된다. 경주시는 탑동정수장에서 복류수를 1일 3만t씩 취수, 정수한 후 경주 시민들의 수돗물로 공급하고 있다. 포항시의 경우 형산강 하구인 유강정수장에서 1일 8만3천t을 취수하므로 3배가까이 차이가 난다.

참고로 경주시는 탑동정수장에서 3만t, 덕동댐 3만t, 한국수자원공사 공급 3만t, 기타(안강·건천읍 정수장) 1만t 등 1일 10만t을 식수로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탐사 과정에서 느낀 것은 탑동정수장과 유강정수장 취수보 주위 강물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한마디로 탑동정수장 취수보 물은 그대로 떠 마셔도 될 만큼 육안으로 보아도 깨끗해 보였다. 2차 탐사때인 지난 10월 24일 포항 유강정수장 주위 강물 색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맑고 투명했다.

탐사팀은 만약 포항시장과 경주시장이 양쪽 취수장 강물을 번갈아 찾아가 현장을 확인한다면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를 놓고 잠시 갑론을박을 벌였다. 각계 시민 단체 대표와 시의원들이 함께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특히 포항시민들이 탑동정수장 옆 취수보 강물을 본다면 상류에 사는 경주시민들을 꽤나 부러워할 것이 뻔했다. 아무리 정수과정을 거친다해도 탑동 취수정과 유강취수정 물은 하늘과 땅 차이가 분명한 듯 했다.

대천은 이름만큼이나 하천 폭이 꽤 넓었다. 갈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하천에 비해 수량도 많았다. 특이한 것은 대천 끝 지점(본류와 합류지점)에서 경주시 서면 대천 상류까지 20여km 사이에 수중보가 23개나 된다는 것이었다. 다른 구간에 비해 보(洑)가 특히 많은 하천인 것이다. 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하천 인근에 물을 사용하는 농토가 많다는 뜻과 다름아니다.

첫번째 보(洑)는 서학동 장뫼리 매바위 수문 옆 '장창보'로, 둑에 한자로 새겨진 '장창보 건설기념비'가 세워져 있었으나 글자가 흐릿했다. 효현교를 지나자 하천폭이 더욱 넓어졌다. 육안으로 하천 넓이가 150여m 까지 되어 보였다. 물은 겨울이어서그런지 대체로 깨끗해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하천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였다. 아예 하천둑을 쓰레기 소각장으로 사용하는 곳도 여러군데였다.

쓰레기 수거 차량이 마을까지 오고 있지만 쓰레기 봉투에 넣어 지정된 장소에 갖다두는 주민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았다. 마을 한 주민은 "하천둑에 쓰레기를 갖다버리고, 불태우면 불법인줄은 모두 알지만 오랫동안 해오던 탓에 고치기가 쉽지가 않다"며 "솔직히 일일이 분리수거하는 것이 귀찮을 뿐 아니라 쓰레기 봉투값도 아깝고해서 대부분 하천둑에 그대로 버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탐사 동안 형산강 인근 상당수 농촌 가옥들이 집안에서 각종 생활 쓰레기를 소각하고 있었다.

대천 중류인 선도동 구간을 지나자 각종 쓰레기들이 눈에 더 많이 띄었다. 한마디로 하천관리가 엉망이었다. 동행한 형산강환경지킴이 오주택회장은 "형산강 본류는 경주시 안강읍~포항시 연일읍 구간, 지류는 이곳 대천구간이 하천 관리가 가장 엉망이다"며 "특히 대천의 경우 인근에 농토가 많기 때문에 하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으면서도 진작 하천보호(관리)는 가장 엉망인 곳"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농사짓고 사는 농민들이 마을 옆 하천을 필요할 때 이용만했지 소중함은 까맣게 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지난 5일 오전 도보탐사 때 이곳 대천변에는 한동안 진눈깨비가 퍼붓었다. 상류쪽에서 불어오는 세찬 강바람과 진눈깨비가 섞여 탐사팀의 도보를 방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량한 대천변의 풍경과 진눈깨비가 섞여 또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1시간도 못가 하늘은 언제그랬냐는 듯 다시 청명한 하늘을 드러냈다.

하천둑에서 엉성한 비닐하우스 집을 지어 노숙하는 한 중년남자를 만났다. 옷가지와 박스위에 비닐로 덮어 싼 하우스는 한 사람이 겨우 누울 공간이었다. 고물상을 한다는 이 남자는 사진을 찍자 "제발 고발 만은 하지 말라"고 애원했다. 탐사중 다리밑이나 낚시터에 천막을 쳐놓고 노숙하는 사람은 여러 만났다. 하지만 겨울 바람이 세찬 이곳 하천 방둑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니…. 서글픈 생각과 함께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와산교를 지나자 하천 바닥이 갑자기 녹조 현상을 띄었다. 하천물이 말라 유속이 느려 푸른 이끼가 부패되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나뭇가지로 뒤적이니 파래같은 푸른 이끼가 제법 두꺼웠다. 동해 연안이 각종 오염으로 인해 백화 현상으로 변하는 것과 비슷한 것으로 생각됐다. 이같은 녹조현상은 대천 구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선도동과 건천읍 경계 구역의 한 오리농장에서는 백여마리의 오리를 하천에 그대로 방사하고 있었다. '모량 오리농원'이란 간판이 붙은 이 농장안으로 들어서니 악취가 심했다. 주인을 찾았으나 외출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래쪽 탑동정수장과는 불과 몇km 밖에 되지 않았다. 비가 조금만 많이 온다면 오리 분뇨 등 각종 폐수가 그대로 형산강으로 흘러들 것이 아닌가. 이 오리농원 뒷쪽에도 돈사 등 축사 몇곳이 있었지만 오폐수 처리는 어떻게 되는지 걱정이 되었다.

고란교와 해평교를 건너 대천 반대편으로 건너니 저 멀리 건천하수종말처리장이 보였다. 건천하수종말처리장은 (주)태영이 지어 경주시로 부터 위탁처리하고 있었다. 현재는 건천읍과 서면 등 일부 지역의 가정 생활오수만 수집해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1년부터는 일대 모든 오폐수를 수집 처리할 계획이라고 이곳 관계자가 설명했다. 탐사팀은 이곳에서 잠시 추위를 피한 후 도시락을 먹었다.

점심후 고지교 못가서 남자 2명이 호미로 강바닥을 파고 있었다. 다가가 물어보니 재첩을 캔다고 했다. 바둑알 보다 조금 큰 노란색의 조개였다. 이 남자들은 재첩이라 했지만 섬진강 등 타 지역의 조그맣고 까만색의 재첩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탐사팀은 대천에서 서식하는 각종 어패류 보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녹조 현상을 막아야 함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그러기위해서는 이곳 형산강 지류에 붙박고 사는 농민과 공무원들의 하천 보전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대천은 벽도산과 단석산 사이를 흐르는 고천과 건천읍소재지 인근을 흐르는 건천, 그리고 심곡천(서면 도리), 저내천(용명리) 등 4개의 2급하천이 대천과 합류하고 있었다. 경부고속도로와 영천~경주 국도를 따라 흐르는 대천을 탐사해 가는 것은 경주시 서면 도리 인내산 발원지를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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