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선린재활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영화 수퍼맨으로 우리에게 알려졌던 미국의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리브.

사실 영화 '수퍼맨'에서의 그의 연기는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고, 그에 대한 기억도 그저 미국식 오락영화의 주인공이었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우리에게 '진정한 수퍼맨'으로 기억되기 시작한 것은 영화가 아닌, 그의 삶을 통해서이다.

1995년 그는 승마경기중 말에서 떨어져 목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게 된다. 골절된 목뼈가 척수를 눌러, 얼굴 아래쪽으로는 스스로 움직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사지마비 상태가 되었다. 영화 수퍼맨에서 자유롭게 하늘을 날던 그가 한 순간의 사고로 이제는 자기 손으로 식사조차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급변한 자신의 신체적 처지에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재활과정을 통해 자신의 장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고, 잃어버린 기능이 아닌 그에게 아직 남아 있는 기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1999년 그는 불치병 연구지원을 위한 크리스토퍼 리브 재단을 설립하고,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장애인에게 재활의지를 불어넣은 공로로 미국의 노벨의학상이라 불리는 래스카상 공공봉사부문상을 수상했다. 그의 행적 하나하나가 세인들의 관심사였는데 그는 척수손상 환자중 가장 마비의 정도가 심했던 사람이었고, 따라서 그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다른 대부분의 척수손상 환자들도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척수손상은 자동차 사고나 낙상 등으로 척추를 다치면서, 그로인해 척수라는 뇌와 연결된 중추신경에 손상을 입는 것이다. 손상된 부위에 따라 전신마비 또는 하반신마비 등이 되고, 손상정도에 따라 완전마비 또는 불완전 마비가 된다. 손상부위와 손상정도에 따라 각각의 신경학적 레벨이 정해지고, 이 레벨에 따라 각 환자별로 재활의 목표가 정해진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척수의 거의 최상위 부분의 손상을 입었던 경수손상 완전마비에 해당했다.

크리스토퍼 리브는 2004년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그의 수퍼맨으로서의 삶을 마감했지만 그의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나에게 기적은 다시 일어서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하루 하루를 함께 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은 날마다 기쁨이고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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