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천(포항시 의정회장)

지난 달 전직 포항시의원들의 모임인 포항시의정회 소속 회원 50여명과 함께 포항제철소를 방문했다. 회원 대부분은 필자와 같은 포항출신으로 하나같이 포스코가 포항에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번 포스코 방문은 의정회 발족 10년만이다. 특히 올해는 포스코 창립 40주년이라 필자를 포함한 회원들의 방문은 포항시의원 때 방문할 때와는 다른 특별한 감동을 받았다. 포항제철소 부소장이 홍보관에서 이곳 저곳을 설명할 때 필자를 비롯 제철소부지가 고향 땅이었던 백발이 성성한 회원들은 또다시 아련한 옛 추억에 잠겼다. 홍보관 자리에서 땔감을 하던 일, 용광로 자리에 있던 처갓집, 형산강에서 고시래기 잡던 일, 동촌동 비포장도로를 합승버스 타고 가던 일, 해당화 피고 지던 보석같은 영일만 백사장, 그리고 울창한 소나무 숲….

종합제철이 들어선다고 야던법석을 떨든 그 때 필자는 포항시 상도동 중대장 자격으로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한 기공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공장하면 연기(매연)과 일터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 우리들은 농업과 어업 아니면 일터가 없어 울산으로 갈까, 원양선을 탈까 방황하던 때였다. 하지만 포항제철로 고향에서 일자리를 얻게 된다는 기쁜 생각에 환경문제, 즉 공해문제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

제철소가 설립된 지 40여년이 되는 오늘, 그 역사의 현장을 생생히 목격한 산증인의 한사람으로써 그 감회가 남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그 당시 포항시와 영일군 합쳐 인구는 8만에 가까웠지만 오늘은 51만이라는 6.5배나 증가한 경북 제1의 도시가 되었다. 그때는 종합제철이 무엇때문에 있는지 조차 몰랐다. 하지만 포항제철이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오르는데 원동력이 될 줄은 미처 생각도 못했다. 그 무지함에 부끄럽기까지 했다.

현장에 들어서니 철광석 공장으로 이송되는 콘베야에 실은 광석들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광석이나 먼지를 없애기 위해 살수를 계속하고 있었다. 또 다단계 공정을 한 곳에 모아 처리하는 공해방지 최신기술인 콜렉스 공법으로 바꾸어 가동을 하고 있다. 밖에서 보면 송림 대신 굴뚝만 즐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공장 변두리와 도로옆 빈터에는 소나무가 가득한 광경을 목격하고 공장과 굴뚝 공해는 추억속에 사라지는 단계에 도달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제철소장이 오찬 자리에서 제철소 환경에 대한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는 포항제철소에서 가장 취약한 곳을 포항 육거리의 대기오염도 보다 더 깨끗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말까지 환경 관련 예산만 총 1조7천억원을 투입했고, 내년말까지 1천억원을 더 투입한다고 했다. 이같이 환경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붇는 것은 세계 최고의 환경, 최고의 기술,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제철소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보니 세계 최고의 제철소를 만들기 위해 온 몸을 받쳐 헌신한 박태준이란 탁월한 지도자의 이념과 추진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와함께 그의 철학을 이해하고 묵묵히 따라준 포스코 전·현 임직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보존과 개발은 상충하지만 인류가 생존하는데 보다 유익한다면 개발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서두에서 말했든 제철소 부지가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췄다하더라도 국민이 잘 살 수 있게 되었다면 그것은 박수를 쳐야할 일이 아닌가.

제철소 정문 입구 간판에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이란 글귀를 보며 포항시와 포스코가 하나되어 선진 일류기업, 일류 도시를 만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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