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애 해병대 교육훈련단 중사 해병대 사상 첫 여성 훈련교관으로 화제

이지애 중사

"필승! 중사 이지애입니다."

'귀신 잡는' 해병대에는 남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병대 여군부사관 첫 기수로 출발해 현재 교육훈련단 부사관 교육대대에서 소대장을 맡고 있는 이지애 중사(31).

'교관'이라고 적힌 딱딱한 군모를 벗으니 화장기 없는 앳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해병대 사상 첫 여성 훈련교관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는 "더 멋지고 뛰어난 남자 소대장들도 많은데 혼자 주목받는 것 같아 민망하다"며 겸손함을 내비친다.

지금은 어엿한 해병대의 일원으로 부모님의 자랑이 되고 있지만, 처음 해병대를 지원한다고 했을 때 반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도 '미쳤다'며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해병대만의 강인한 훈련을 통해 육체와 정신을 단련시키고 싶은 마음에 험난한 길에 들어섰다.

"솔직히 힘들었지만 지금은 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병대니까 나를 이만큼 강인하게 키워낸 것 같습니다. '해병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는 말이 딱 맞아요."

그는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강인한 해병대의 모습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강한 훈련과 끈끈한 전우애를 통해 만들어진 전통과 문화라고 강조한다. 빨간 명찰과 팔각모, 쎄무군화(육면전투화) 등 해병대만의 자부심도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라고. "부사관후보생 교육기간인 14주 훈련 중 가장 힘들다는 천자봉 등정을 마치면 빨간 명찰을 얻게 된다"며 "해병대를 거쳐간 80만 예비역과 현역 장병들의 자신감과 당당함은 이러한 강인한 훈련과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특히 그가 5년 동안 맡아온 업무는 이러한 해병대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발전시킬 후배들을 교육시키는 일이다. 그동안 동기생을 제외한 해병대 여군부사관 전원에 대한 양성교육을 책임지면서 아직은 소수인 여군부사관들의 생활에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훈련교관으로서, 또 후배들을 책임지는 선배 중 한 사람으로서 후배들이 힘들지는 않은지 늘 체크한다"고 말하는 그는 여군부사관 56명 전원에 대한 기록을 완벽하게 파악했을 만큼 여군에 관한 사항이라는 모르는 것이 없다. 다른 이들보다 더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다 보니 교육생들이 말하기 어려운 고충도 곧잘 듣게 됐다.

일도 똑 부러지지만 체력 또한 뒤지지 않는다. 학창시절 사이클 선수를 거쳐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그는 골프, 검도, 축구, 농구 등도 수준급이다. 남자들도 힘들다는 턱걸이를 25개까지 해봤다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여기에 후천적인 노력까지 더해졌다. "새벽에 출근해서 밤 늦게 퇴근하는 생활에도 매일 10㎞씩 구보를 쉬지 않았습니다. 남자 병사들과 똑같이 훈련받고, 그들과 경쟁해서 이긴 적도 많았죠. 그게 또 남자 병사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되더라구요."

독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에게 "전역해서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성공할 자신이 있다"는 말쯤은 빈말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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