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천(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경북도의회 의장)

2009년, 새해가 밝았다. 희망찬 새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모두들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 거세게 밀려오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새해부터 구조조정, 경기침체로 본격화되어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것이 예상에 그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앞에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고 한다. 아니 지금이 위기다. 두렵고 불안한 위기이다. 그러나 위기는 또다른 기회임이 틀림없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인류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근래에 겪은 굵직한 사례만 들더라도 50년대의 6.25전쟁, 70년대의 석유위기, 1990년대의 IMF외환위기 등이 있었다.

또한 몽골전란,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의 침략 등 외세침입만 3천여 회에 달하는 우리나라 반만년의 역사가 위기의 연속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사실 내세울 변변한 자원하나 없이 오늘날의 세계경제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오늘이 있기까지 역경이나 위기가 없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위기'라는 말은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말이다. 위험만 보지 말고 기회도 보아야 한다. 위기 뒤에 반드시 기회가 온다. 그래서 위기는 또다른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때이지만 두려움에 휩싸여 움츠려들지 말자.

힘들고 어려운 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용기와 희망이다. 현실을 직시하되 꿈을 갖자. 꿈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비록 오늘 새우잠을 자더라도 내일의 고래꿈을 꾸자.

모든 발명은 필요에 의해 이루어졌고, 사람은 고난과 시련을 통해 지혜를 얻게 된다. 키가 크는 성장통 없이 장성의 열매를 얻을 수는 없다. 하늘높이 치솟은 대나무에 마디마디가 있기에 폭풍에도 부러지지 않으며, 연은 거센 바람이 불어야 더 높이 날 수 있다. 험한 파도와 칠흑 같은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고 출발하는 자만이 동트는 새벽녘에 항구에 닿을 수 있다.

물론 막연한 기대감이나 공상에 사로잡혀 들떠 있자는 것이 아니다. 위기를 이겨내려는 비상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냉철한 인식과 대담한 전략, 치밀한 실행이 필요하다.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만이 아닌, 우리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필요한 것은 상생과 협력의 정신으로 함께 손을 잡는 것이다.

경제위기의 폭풍과 함께 맞은 2009년, 국가의 존망이 걸린 위기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위기극복이 최우선 과제이며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배부른 소리나 자기 몫 타령은 평상시에 파이가 넉넉할 때에라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가정, 기업, 나라, 모든 경제주체가 비상한 때임을 인식해야 한다.

어쨌든 이 비상시국을 헤쳐 나가야 의무와 능력이 있다고 믿고 기댈 곳은 정부, 그리고 부지런한 우리 국민들 밖에 없다. 올 초부터 경제회생시까지는 정쟁도, 노동쟁의도 중단해야 한다. 큰 선거가 없는 올해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의 뜻을, 국력을 한군데로 모으자. 이 일에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16개 시도의회가 적극 동참할 것이다. 전국의 모든 지방의회가 집행부와 생각과 행동을 함께 할 것이다. 우리 지방의회가 고통분담에 동참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기희생의 각오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위기극복에 온 몸을 던질 것이다. 그리고 한발 앞서 내일을 준비하자. 즉 미래의 시각으로 오늘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생각의 차이가 미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비록 어렵지만 미래를 내다보면서 준비하고, 희망을 북돋우면서 각자 열심히 일하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하지 않았는가. 올 연말에는 우리가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었노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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