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권(정경부 차장)

설날 모처럼 만난 가족끼리 보이지 않는 알력이 생기고 심지어 폭행사건까지 발생하는 것은 왜 일까? 친지와 동창생을 만났는데도 기분이 별로였다면 행여 남과 나를 비교하는 마음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명절은 자신과 가까운 호모사피엔스 간의 '냉혹한 품평회'일지도 모른다.

출발은 비슷했는데 어깨를 움츠린 신용불량자가 있는가 하면 금전적 자유(Financial Freedom)를 만끽하며 사는 인생도 있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고 인생은 아직 진행형이지만 말이다. 증권, 부동산, 채권, 환율, 예금 등 재테크는 나름대로의 시장원리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오간다.

증권시장은 정부가 그렇게 살리려고 애를 써도 죽을 쑤고, 부동산은 철퇴로 내리쳐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서곤 한다.

증권과 부동산은 인내심이 요구되는 투자다 . 증권투자자는 매일 증권시세에 따라 희비가 교차한다. 하락장에서 참지 못하고 상승장 땐 안절부절 한다. 희한하게 '머피의 법칙'처럼 주식을 사면 내리고 팔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횡보장(주가가 큰 변동없이 일정 가격대에 머무는 것)에서도 60%의 개인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떠난다. 하지만 우량주 장기 분할매수 원칙을 지킨다면 증권이 가장 유망하다.

제프리 존스씨(김&장 변호사)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4개 주식을 분할 매수한 뒤 20년을 기다린다면 누구나 부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부동산투자는 물가 상승과 세금을 제외하면 수익률이 생각만큼 그리 높지 않다. 다만 한꺼번(갑자기)에 크게 올라 눈앞의 이익이 커 보일 따름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으로 돈을 번 사람이 많은 것은 아마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장기보유를 했기때문일 것이다.

지금 자기가 살 집을 구한다면 무책임한 부동산업자와 '돌파리'전문가들의 시세전망에 맡기지 말고 시장에 직접 나가서 타협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알렉산더가 2천500년 전에 이집트,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를 묶는 제국을 건설한 정신적인 지주는 아리스토텔레스라는 '현인'이었다. 인생도 그렇지만 재테크 에서도 성실한 조언자인 멘토(Mentor)가 중요하다. 무조건 '매수 후 보유'전략보다는 산업경기 흥망에 따라 과감하게 자산을 재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시중에 재테크 서적이 많지만 정작 돈을 버는 사람은 독자가 아니라 저자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쓴 로버트 기요사키는 약 3천만권의 저서를 팔아 10여 개의 석유·광산·부동산 회사를 거느리는 거부로 성장했다.

그의 주장은 한 마디로 '주식으론 부자가 못되니 대출받아 부동산 사라'는 내용이다. 자칫 따라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조언이다. 워렌 버핏, 피터 린치, 마크 파버처럼 세계경제를 꿰뚫어 보면서 정석투자를 하는 투자가들의 책을 읽어야 시야가 넓어진다. 고스톱을 칠땐 흔히 '운칠기삼(運七技三)' 이어야 이길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부자가 되려면 우선 운(運)이 따라줘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사랑할 때처럼 오래 참는 인내심과 경제의 흥망성쇠를 읽는 혜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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